"후련함보다 아쉬움이 더 커요"

"반성만 하다가 드라마가 끝나버렸습니다."

최종회 시청률 33.7%(닐슨코리아)로 종영한 인기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KBS2)의 주역은 뜻밖에 표정이 어두웠다. 종영 소감 대부분은 '아쉬움' '반성' '부족함' 같은 단어들로 채워졌다. 배우 이준(29·본명 이창선)은 미국서 자라 한국서 데뷔한 아이돌 출신 연기자 안중희 역을 맡았다. 까칠한 톱스타이자 어린 시절 생부(生父)가 자기를 버렸다는 오해로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온 인물.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뜨거운 관심에 부합하는 연기를 보여 드리려 노력했지만, 모니터링할 때마다 부족한 모습만 눈에 들어와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보이그룹 '엠블랙' 출신인 이준은 "배역이 들어왔을 때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설정이 닮아 캐릭터 연구 없이 역할에 녹아들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부재'란 감정을 이해하는 건 촬영 내내 극복해야 할 숙제였다. 극중 미니시리즈 주연에 발탁된 안중희는 '부자(父子) 감성'을 이해하지 못해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다. "호적상 아버지인 변한수(김영철)와 안중희가 만나는 장면은 전부 어려웠어요. 수십 년 만에 아버지와 재회했을 때 그가 느꼈을 애석함과 반가움, 원망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컸죠."

이준은 연기를 배운 적이 없다. 그는 서울예술고를 졸업하고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현대무용과에 입학한 무용수 출신이다. 스무 살 이준은 연기가 하고 싶어 개강 한 달 반 만에 자퇴서를 제출하는 '사고'를 친다.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어머니께 죄송해 아르바이트하면서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는 그는 그해 겨울 영화 '닌자어쌔신'에 가수 겸 배우 비(35)의 아역으로 캐스팅돼 연기를 시작한다. 2014년 '갑동이'(tvN)에서 사이코패스 류태오 역을, 2015년 '풍문으로 들었소'(SBS)에서 상류층 부모로부터 철저히 만들어진 수재 한인상 역을 맡으면서 주가를 높였다. 영화와 드라마 27편을 넘나들며 탄탄한 연기력으로 호평받았다. 가장 성공한 아이돌 출신 배우로 꼽힌다.

'아버지가 이상해'에 아쉬움이 남는 건 그가 잠시 연기활동을 접기 때문이다. 그는 오는 10월 24일 경기도 포천 8사단 오뚜기부대로 현역 입대한다. 그러나 "공백 기간 동안 대중에게 잊힐 거란 두려움은 없다"고 했다. "제대 후 대중이 저를 찾아주지 않는다면 그 또한 제 운명이죠. 살길은 그때 다시 찾으면 돼요. 성실히 군 복무 마치겠습니다." 메마른 입술을 혀로 훔치며 그가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