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데드 풀'과 '어벤져스'의 리더가 만났다

피도 눈물도 없는 동유럽의 잔학한 독재자 '두코비치'(게리 올드먼)가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에 유죄를 입증하지 못해 그가 다시 권좌에 복귀하면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갈지 모르는 상황. 독(毒)은 독으로 잡는 법, 인터폴은 두코비치의 어두운 비밀을 꿰고 있는 전설적 킬러 '다리우스 킨케이드'(새뮤얼 잭슨)를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기로 결정한다. 27시간 안에 영국 맨체스터의 감옥에서 네덜란드 헤이그 법정까지 킬러를 호송하는 임무를 맡은 건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사설 경호원 '마이클 브라이스'(라이언 레이놀즈). 인터폴 내부의 배신자, 독재자 두코비치의 부하와 용병들이 무지막지하게 추격해오는데, 성격도 스타일도 정반대인 두 사람은 사사건건 충돌하며 위험에 빠진다.

18일 북미 개봉 뒤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흥행에 시동을 걸었다. 19금(禁) 수퍼히어로물 '데드 풀'로 깜짝 스타가 된 라이언 레이놀즈와 '어벤져스' 시리즈에 리더 '닉 퓨리'로 출연했던 새뮤얼 잭슨이 한 영화에서 만났으니 국내 관객의 관심도 뜨겁다.

봇물 터지듯 농담과 욕설을 이어가는 두 배우의 '말싸움 액션' 대결은 이 영화의 첫 번째 매력 포인트. 영화 '킹스맨' 등에서 악역으로 출연해 보여준 새뮤얼 잭슨의 욕설 연기는 그 걸쭉함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라이언 레이놀즈 역시 '데드 풀'을 통해 성인용 욕설과 농담에 발군의 솜씨를 선보였다. 영화는 두 배우가 대사로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화학작용만으로도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암스테르담의 감옥에 갇혀 있는 킨케이드의 아내 '소니아' 역의 셀마 헤이엑 등 A급 조연들도 중간중간 등장해 깨알 웃음을 안긴다. 킨케이드와 소니아의 첫 만남 회상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 중 하나. 소니아가 술병과 당구 큐대로 추근대던 술집 손님들을 슬로 모션으로 박살 내는 동안, 그 모습에 한눈에 반해 버린 킨케이드의 머릿속에선 미국 팝가수 라이어널 리치의 감미로운 발라드 '헬로(Hello)'가 흐른다.

코믹 요소뿐 아니라 액션도 수준급이다. 이런 대중적 액션영화는 자칫 진부해지기 쉬운데, 이 영화는 자동차 추격전이나 좁은 공간의 총격 등 많이 본 듯한 장면들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보기 좋게 돌파해 간다. 특히 암스테르담의 좁은 운하를 모터보트로 가로지르며 도시 전체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후반부 장면엔 기대 이상의 스릴이 있다

빠른 편집과 액션 안무로 숨 돌릴 틈 없이 몰아치는 코믹 액션. 상영 시간 118분 동안 깨끗이 머리를 비우고 즐길 수 있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