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수입 짭짤… 해외 부동산펀드에 몰린다

"일본 부동산은 장기 침체라는데, 어떻게 연 7%씩 수익이 나는 건가요?"(60대 주부 A씨)

30일 오후 분당구 서현동에 위치한 한국투자증권 PB센터 세미나실. 머리가 희끗희끗한 60~70대 어르신부터 40대 주부 3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한 8·2 부동산 대책 이후 처음 열린 부동산 관련 재테크 설명회였다. 참석자들은 일본 도쿄의 오피스빌딩에 투자해 연 7%대 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부동산 펀드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윤상 한투증권 분당PB센터 지점장은 "노후 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리려고 월세용 부동산을 알아보던 고령 고객들과 현금이 많은 거액 자산가들이 특히 많이 참석했다"면서 "평소 세미나엔 10명 정도 참석했는데 이번엔 50명 넘게 신청자가 몰려 1~2차로 나눠서 열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으로 국내 부동산 투자 기회가 좁아진 가운데, 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해외 부동산 펀드에 몰려가고 있다. 해외 부동산 펀드란, 외국에 있는 빌딩이나 호텔, 물류 시설 등에 투자한 뒤에 임대료 등으로 거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해 주는 상품을 말한다. 3~5년 정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건물을 되팔고, 그때 시세에 따라 차익을 낼 수도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모형 해외 부동산 펀드에 새로 들어온 자금은 2974억원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7월까지 전년 대비 53% 늘어난 4560억원이 몰렸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상품도 적지 않아 연말까지 5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호주·미국·일본… 다양해지는 투자처

올해 국내 투자자들을 상대로 판매된 해외 부동산 펀드는 모두 완판(完販)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3월 미래에셋운용이 출시한 호주 부동산 펀드는 개인 자금만 1000억원 넘게 모여 당초 일정보다 하루 먼저 판매를 마감했다. 투자 대상은 호주 수도인 캔버라에 위치한 12층짜리 오피스 빌딩이었다. 설정 이후 수익률도 3.88%로 순항 중이다. 하나NASA부동산 펀드와 미래에셋 애틀란타 부동산 펀드는 미국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는데, 두 펀드가 개인들에게 끌어모은 자금만 3000억원에 달한다. 한투증권은 31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일본 도심 아리아케 지역에 위치한 '아리아케 센트럴 타워'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를 판매한다. 펀드로 모으는 자금은 660억원이고, 나머지는 일본 현지에서 0.75% 금리에 대출받아 조달할 계획이다. 한동우 한국투자운용 부장은 "일본은 경기 회복과 맞물려 연간 임대료가 3~4%씩 오르는 등 부동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대출 금리가 매우 낮은 일본에서 레버리지(차입해서 투자 이익을 극대화) 효과를 활용하면 연 7% 수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투자자 관심이 몰리자, 한투증권은 최저 가입액을 500만원까지 낮추는 등 모집 방식도 조정했다. 공모주나 주가연계증권(ELS)처럼 500만원 이상 돈을 넣어 청약하면 경쟁률에 따라 최종 배정된다. 기존 해외 부동산 펀드는 선착순 방식이어서 거액 자산가가 큰돈을 한꺼번에 넣으면 소액 투자자에게까지 가입 기회가 오지 않았다.

◇만기 길고 환율 변동에도 취약

해외 부동산 펀드가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우선 해외 자산이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취약하다. 가령 올해 출시된 공모형 미국 부동산 펀드 2종은 설정 이후 수익률이 -2%대에 머물고 있다. 두 상품 모두 달러로 투자하는 환(換) 노출형 상품인데, 펀드 설정 이후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수익률을 갉아먹은 것이다.

5년 전에 출시된 미래에셋운용의 브라질 부동산 펀드는 당시 800억원을 모았는데,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익률은 현재 -53%로 반토막이 난 상태다. 또 부동산 펀드는 만기(통상 5~7년)가 길고 중도 환매가 어렵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만기 때 건물을 재매각해서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돌려주게 되는데, 시장 상황이 나빠지거나 공실(空室)이 늘어나 건물값이 하락하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