썼다 하면 영화로… 스크린이 사랑하는 소설가, 스티븐 킹

뉴욕의 소년 '제이크'(톰 테일러)는 소방관인 아버지를 가스 폭발 사고로 여의고 밤마다 같은 꿈을 꾼다. 그의 꿈속에서 검은 마법사 '월터'(매슈 매코너헤이)는 세상을 보호해주는 탑을 무너뜨리기 위해 염력이 뛰어난 소년·소녀들을 납치한다. 그러자 '건슬링어'(이드리스 엘바)로 불리는 정의의 총잡이가 마법사의 음모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제이크는 꿈에서 본 장면들을 스케치로 그려놓지만, 계부와 생모는 제이크의 정신이상을 의심하고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다크타워: 희망의 탑'(감독 니콜라이 아르셀)은 스티븐 킹(70·사진)의 동명(同名) 연작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다크타워'는 1982년 1권 출간 이후 2012년 8권이 나올 때까지 작가가 무려 30여 년간 붙잡고 있었던 필생의 시리즈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키는 판타지적 요소와 서부 영화의 총잡이를 결합시킨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다.

스티븐 킹의 또 다른 소설을 각색한 영화 '그것(It)'도 다음 달 7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이들의 실종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작가의 공포 소설이 원작이다. 1976년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캐리' 이후 40여 년간 킹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만 40여 편에 이른다. 영화 개봉 이후 드라마로 속편을 제작할 예정인 '다크타워'의 경우처럼, 영화와 드라마로 거듭 제작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해와 내년에만 스티븐 킹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 5편이 상영했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올해 칠순을 맞은 그의 작품들이 지금까지 스크린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평론가 윤성은씨는 "인간의 공포가 어떻게 발생하고 작동하고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샤이닝'(감독 스탠리 큐브릭)과 '미저리'(로브 라이너), '쇼생크 탈출'(프랭크 다라본트) 등 작품성이나 대중성에서 영화사에 남을 만한 작품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평론가 전찬일씨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 속에 깃든 일탈적 요소를 통찰력 있게 짚어내서 강력한 구성을 통해 전달한다"며 "킹(King)이라는 그의 성(姓)처럼 영화에서 스티븐 킹의 인기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킹은 스크린을 사랑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젊은 연출가들에게 단돈 1달러를 내면 자신의 단편 소설을 각색하고 단편 영화로 연출할 수 있도록 해주는 '달러 베이비(Dollar Baby)' 프로젝트를 40년 전에 시작했다. 상업적 활용 권한은 스티븐 킹이 갖는다는 조건 아래서, 값비싼 판권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자유롭게 창작에 도전하라는 간접적 후원인 셈이다.

1983년 스티븐 킹 원작의 '방 안의 여인(A Woman in the Room)'을 단편 영화로 만들었던 감독 프랭크 다라본트가 대표적인 '달러 베이비'다. 그 뒤 다라본트는 '쇼생크 탈출'과 '그린 마일', '미스트' 등 킹의 원작을 바탕으로 히트작을 쏟아낸 흥행 감독으로 성장했다. 스티븐 킹은 "회계사들의 반대에도, 나는 지금까지 유효한 원칙을 갖고 있다. 영화 전공 학생들에게 내 단편 가운데 어떤 것이라도 영화로 만들 권리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