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 장타 쭈타누깐 "드라이버 포기한 이유는…"

괴력의 장타자인 태국의 에리야 쭈타누깐(22)은 지난해 5승을 거두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에 올랐다. LPGA 투어를 집어삼킬 기세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6월 매뉴라이프 클래식 1승이 전부다. 최근 6개 대회에선 4차례 컷 탈락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달라 보인다고 말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30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클래식(총상금 14억원·우승 상금 3억5000만원) 개막을 하루 앞둔 춘천 제이드 팰리스 골프장에서 연습라운드를 마친 쭈타누깐을 만났다. 최근 그의 슬럼프를 잊게 할 만큼 명랑한 표정이었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고 한국 음식을 즐기는 '한국 팬'인 그는 "어제저녁엔 능이버섯 들어간 불고기를 먹었다"고 했다. 그는 초청 선수로 이 대회에 참가했다.

그는 여러 가지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선수다. 우드나 아이언으로 티샷을 해도 남들 드라이버 거리보다 더 나간다. 우드로 270야드를 보낸다. 드라이버로는 300야드를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여자 선수인데 드라이버는 잘 잡지 않는다. 왜 그러는지 물어봤다. 그는 "4년 전 LPGA 챔피언십 연습라운드 기간에 언니 모리야(LPGA 투어 선수)랑 물장난을 하다 넘어져서 왼쪽 어깨 인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그 뒤로 드라이버로 큰 스윙을 하면 지금도 이상한 느낌이 온다. 그러면 다른 샷에도 영향을 준다"고 했다. 그는 "드라이버를 꼭 잡을 이유는 없다. 나에게는 페어웨이를 지키면서 경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어깨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성적도 올라갈 것"이라며 "(요즘) 리디아 고도 그렇지만 골프라는 게 원래 좋았다 나빴다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도 드라이버를 쓰지 않을 생각인 듯했다. 그는 "산악 지형에 페어웨이가 좁고 러프가 길어서 드라이버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다섯 살 때 골프를 시작했다. 방콕 인근에서 골프숍을 운영하는 부모님의 영향이다. 그가 꼽은 장타의 비결은 엉뚱하게도 수영이었다. 쭈타누깐은 "아홉 살 때부터 매일 저녁 6시부터 2시간 동안 5000m씩 수영을 했다. 그 수영 아카데미에선 국가대표 선수들과 유망주들도 함께 훈련했다. 4년 정도 했는데, 나는 두 차례 대회에 나갔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그렇지만 골프 하면서 힘을 폭발시키는 요령은 수영에서 배운 것 같다"고 했다.

 

우드뿐 아니라 다른 클럽들도 여타 선수들과 비거리 차이가 크다. "나도 신기하게 생각하지만 세게 치겠다고 마음먹고 치면 그만큼 멀리 나간다"고 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약점을 보여 한때 '새가슴'으로 불렸던 그는 지난해 샷을 하기 전에 억지로라도 미소를 짓고 공을 치는 '스마일 루틴'을 선보였다. 이후 상당히 좋은 성과가 났다. 쭈타누깐은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행복하게 골프 하고 싶어서 안니카 소렌스탐의 스승들이 운영하는 팀과 함께 만든 것"이라며 "그 루틴은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인경을 비롯해 프로 데뷔전을 치르는 최혜진, 제시카·넬리 코르다 자매, 전미정, 사이키 미키 등 한국과 미국, 일본 투어의 쟁쟁한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