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 엘리자베스아덴이 마련한 ‘뷰티 클래스’는 안팎으로 아름다움이 가득한 자리였다. 행사장이었던 SPACE42(서울주얼리지원센터 2관)의 새색시 같은 한옥 자태는 좁고 긴 골목을 사이에 두고 이웃한 종묘의 고색창연함과 어우러졌다. 창밖에는 종묘의 기와 담장 위로 키 솟은 나무들이 여름 햇살에 잎을 반짝이고 있었다. 창안에는 꽃과 화장품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행사장이 조명 아래 빛났다. 무엇보다 참석자들의 얼굴이 환했다. 주최 측을 비롯해 모두가 좀 더 아름다워지는 데 관심이 큰 여성들이니 조명 때문만은 아니었다.
두 테이블에 나눠 앉은 9명의 참석자 대부분은 20대인 듯했다. 이런 자리가 처음인데다, 시니어가 참석해도 되는 건가 싶어서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향해서는 세대가 따로 없는 법. 행사 시작 전 과일과 음료, 샌드위치를 함께하면서 우리는 곧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뷰티 관련학과에 다니거나, 장차 관련 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페이스북이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참가 신청을 한다는데, 이런 행사에 익숙해 보였다. 모두 블로그를 운영하며, 누구는 팔로워가 3천 명이나 된다는 귀띔도 들어왔다.
드디어 행사 시작. 고명숙 홍보팀장이 1910년 창업 이래 엘리자베스아덴이 어떻게 여성의 아름다움을 도모해왔는지, 그 역사부터 간추렸다. “빨간색 신호등 앞에서는 모두 멈춰 선다는데 착안한 엘리자베스아덴이 뉴욕 5번가에 ‘레드 도어’ 뷰티살롱을 열면서 현재 107년에 이르는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지금까지도 레드 도어가 심볼이지요. 연극배우나 술집 여자의 전유물로 여기던 화장을 상류층 여성들에게 보편화시켰고, 여성들의 참정권 시위 때는 빨간색 립스틱을, 전시에는 군복에 어울리는 립스틱을 나눠주며 사기를 북돋웠답니다.”
최근 들어 엘리자베스아덴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점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오염으로부터의 피부 보호다. 피부 노화증상 원인의 80%가 자외선과 대기오염 등이 유발하는 환경적 손상이기 때문이다. 과학자와 화학자, 피부과 의사들과 공동 개발한 결과물이 바로 '피부 보호의 혁명'이라고 자부하는 ‘프리베이지 시티 스마트’. 프리베이지의 비밀무기인 ‘아이디비논’ 등 성분은 강력한 오염방지 보호막 기능을, DNA 엔자임 콤플렉스는 피부 본연의 보호력과 재생력을 강화시킨다는 제품이다.
“도심 먼지에 그냥 노출된 세포에 비해 시티 스마트로 보호된 세포는 생존력이 5배나 향상된다는 사실이 실험으로도 드러났어요. 게다가 화사한 피부를 연출해 더욱 어려 보이게 해줘서 이미 ‘차도녀자차’(차가운 도시 여자의 자외선 차단제)란 애칭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고 팀장은 전한다. 우리는 테이블에 놓인 시티 스마트 제품들을 손등에 발라가며 체험해 봤다. 효능은 시간을 두고 사용해봐야 감지되는 것이겠지만, 우선 얇게 발라지고 윤기가 돌면서 피부에 방어막이 생기는 느낌은 확실했다.
이어 플라워박스 만들기 시간. 화장품 회사에서 여는 행사라 제품 소개에 치중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겉모습만이 아니라 속까지 아름다워지기 위한 문화체험에 더 공을 들이는 눈치였다. 해바라기를 비롯한 메리골드, 투베로사, 수국 등 여름꽃들이 준비됐다. 물을 잘 빨아들이도록 꽃가지를 사선으로 잘라 스펀지 비슷한 오아시스라는 데다 꽂았다. 구성을 잘해서 꽂는 게 포인트. 플라워 전문가 두 명이 친절한 지도를 아끼지 않았다. 투명 셀로판지로 박스를 감싸 포장하고 리본까지 묶으니 바로 선물 가능한 플라워박스가 완성됐다.
“정보제공과 문화 경험에 주안점을 둔 행사를 기획해 두 달에 한 번씩 연다.”는 고 팀장은 “뷰티 분야에 관심 있는 대학생은 물론이고, SNS에서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들이 초청 대상이다.”라고 밝혔다. 1주일간 참가 신청을 받은 이번 행사에만도 1백 명이 넘는 지원자들이 몰렸다고. 그간 가죽 팔찌 제작, 화이트 티타임, 쿠킹 클래스, 캘리그라피 등 다양한 문화경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점점 디지털 마케팅이 중시됨에 따라 소규모의 친밀한 분위기에서 문화를 통한 협업 분위기의 조성 또한 날로 중요해지고 있음을 느끼게 한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