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미제 사건, 페북 공개수배가 '해결사'

2002년 5월 21일 밤 부산 사상구 괘법동의 태양다방에서 퇴근한 종업원 양모(당시 21)씨가 실종됐다. 양씨는 열흘 뒤 부산 강서구 명지동 해안가에서 마대에 담겨 숨진 채 발견됐다. 가슴 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렸고, 손발은 청테이프로 묶여 있었다.

경남 출신인 양씨는 고교 졸업 후 부산으로 올라와 공장 근로자로 일하다 2001년 말쯤 태양다방에 취업했다. 제과제빵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2년제 대학 입학금을 되도록 빨리 벌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양씨는 월급 130만원 중 100만원을 저금했다. 나머지 30만원으로 고향에 계신 부모님 용돈과 자신의 생활비로 썼다.

경찰은 양씨가 실종된 다음 날인 2002년 5월 22일 낮 12시 15분쯤 야구 모자를 쓴 남자가 부산 사상구의 한 은행에서 양씨 통장에 있던 돈 296만원을 인출하는 장면, 6월 21일 오후 2시 18분쯤 젊은 여성 2명이 북구의 한 은행에서 양씨의 적금 500만원을 해지하고 인출하는 CCTV 화면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들을 용의자로 보고 탐문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수배 전단을 돌리고 지역 케이블TV, '사건 25시' 등 방송에 공개 수배를 했는데도 오리무중이었다. 이 사건은 2년 후 '미해결'로 넘어갔고, 이후 묻히는 듯했다.

2015년 9월 부산경찰청은 미제 사건 전담 수사팀을 만들고 '태양다방 종업원 살인사건' 재수사에 나섰다. 작년 2월 25일엔 용의자들의 은행 예금 인출 장면 사진 등을 부산경찰청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자 제보가 들어왔다. 경찰은 공개수사 40일 만인 작년 4월 5일에 공범인 여성 2명을 붙잡았다. 사상구의 한 주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던 두 사람은 주범인 '야구 모자 남성'에 대해 "주점에 자주 오던 손님이었다. 사례비를 준다기에 은행에서 돈을 찾아줬다. 하지만 누군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범인 여성 2명이 피해자의 은행 적금을 해지한 날 주범과 휴대전화 통화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은행 주변 기지국을 경유한 휴대전화 통화 기록 1만5000여건을 모두 뒤졌다. 그 결과 그날 공범이 전화 1통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보했다. 지금은 없어진 '016'으로 시작하는 번호였다. 경찰은 이 번호가 기재된 금융기관 등을 뒤지며 1년 넘게 가입자의 신원을 찾은 끝에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알아냈다. 부산의 한 공장에서 기계공으로 일하는 양모(46)씨였다. 경찰은 지난 21일 양씨를 붙잡아 31일 구속했다. 경찰은 "양씨가 피해자를 납치해 예금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씨는 2002년 5월 태양다방 종업원 살해사건 이후에도 여러 차례 범죄를 저질렀다. 2002년 7월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2003년엔 부녀자 특수강도강간 등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양씨는 앞선 집행유예 취소분을 포함, 9년간 복역하고 2012년 출소했다. 교도소에서 나온 지 5년 만에 15년 전의 살인 혐의로 붙잡혔다. 부산경찰청은 "늦게나마 피해자의 영혼과 유족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