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반발 없이… 서울서 특수학교 문 열어

지난 1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특별한' 학교가 문을 열었다.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 영·유아 특수학교인 서울효정학교다. 강북구 수유동에서 한빛맹학교를 운영하는 한빛재단에서 세웠다. 만 5세 이하 아동 26명이 이곳에서 수업을 받는다.

서울에 특수학교가 생긴 것은 15년 만이다. 특수학교 설립은 지역 주민의 반발에 부딪히기 쉽다.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추진 중인 장애인 특수학교는 국립한방의료원 유치를 원하는 주민의 반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효정학교는 모태가 된 한빛맹학교가 1971년 개교 이후 40년 넘게 지역 주민과 호흡해온 점이 거부감을 누그러뜨렸다. 고웅재 서울효정학교 교감은 "시각장애 학생은 부모와 함께 학교 인근으로 이주해 사는 경우가 많다"며 "어린 학생과 젊은 부부가 이사 오면 동네가 살아나는 데에 보탬이 된다는 인식이 주민들 사이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3일 "효정학교 규모가 작고 어린 학생들이 다녀 큰 반발 없이 개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꾸준히 기부에 앞장서 온 여러 후원자의 손길은 개교에 날개를 달았다. 재단 측이 학교 부지를 마련한 것은 2년 전이었다. 11억원을 들여 땅을 사들였으나 20억원으로 예상된 건축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마침 수년째 기부 프로젝트를 이어오던 서울마주협회가 나섰다. 마주협회 소속 마주들은 우승 상금 일부를 학교로 보내왔다. 학교 측은 감사의 뜻으로 각 교실에 후원자들이 소유한 말 이름을 붙였다. 한빛재단을 수년째 후원하고 있는 고려대경제인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여러 개인 기부자들도 힘을 보탰다.

시각장애는 다른 장애에 비해 발생률이 낮아 전국적으로 특수학교가 드물다. 게다가 영유아만을 위한 곳은 효정학교가 유일하다. 학생 26명 중 충북과 제주 등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이 절반 가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