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함 자랑하듯… 청테이프로 묶고 구타, 성폭행 장면 찍어 돌려봐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 일대에서 생활하던 열여섯 살 소년은 동네 선배(19)와 함께 알고 지내던 남성(22)을 위협해 편의점 등에서 금품을 훔치게 했다. 피해자는 지적장애를 갖고 있었다. 피해자가 김 공장에서 번 월급 150만원도 빼앗아 용돈으로 썼다. 피해자가 폭행을 못이겨 도망가면 집까지 쫓아가 끌고 왔다. 도망가지 못하게 양손을 청테이프와 케이블 타이로 묶고 모텔이나 차량 등에 감금했다. 지난 3월 검찰은 이들 두 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붙잡히더라도 (미성년자라서) 크게 처벌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최근 미성년자들의 강력 범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수법도 갈수록 잔인해진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소년범죄자(만 10~18세) 발생 비율은 2006년 540.8명에서 2015년 737.4명으로 3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만 18세 이하 인구 10만명당 흉악 범죄(살인·방화·강도·강간)는 71.3%, 폭력은 27.1% 늘었다.

◇친구에게 성매매 강요하는 10대들

지난해 경남 통영에서 지적장애 여중생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집단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박모(18)양 등 4명이 붙잡혔다. 이들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지난 7월 열린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자기들 생활비로 쓰려고 지적장애 여중생들에게 이런 일을 시켰다고 한다. 분노한 시민 2800명이 탄원운동을 벌이자 2심은 이들 중 2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충북 청주의 술집에서 10대 여학생과 새벽까지 술을 마신 후 집단 성폭행한 범인들 가운데는 열여덟 살 고등학생 두 명도 있었다. 이 중 한 명은 여학생이 성폭행당하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교실에서 친구들에게 보여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부터 올 6월까지 광주광역시 광산구 일대의 모텔, 놀이터, 공터 등으로 고교생을 끌고 다니며 돈을 빼앗고 추행한 '친구' 6명은 경찰에 붙잡혔을 때 열여섯 살이었다. 이들은 동창생을 아파트 놀이터 놀이기구에 묶어놓고 도망치거나, 목을 졸라 기절시키거나, 야구 방망이로 폭행했다. 어느 날 새벽엔 '생일을 축하해준다'며 모텔로 불러내 나체 사진을 찍고선 이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머리 손질을 해준다며 라이터로 머리칼을 태우는 '가혹 행위'도 했다. 피해 학생은 이후 극심한 정서 불안 등 정신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폭력 영상 보며 모방 범죄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흉포화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누구나 인터넷이나 TV, 게임 등을 통해 폭력적인 영상에 쉽게 노출되고 있고,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은 이를 모방해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청소년들은 구체적인 폭력 행위나 범죄 수법을 인터넷·게임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런 것을 따라 하고, 폭행 후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로 알리는 등 자신의 잔혹함을 또래 집단에 인정받으려는 모습까지 보인다"고 했다.

사회 시스템을 통한 교화나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범죄의 재생산과 흉포화의 악순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2년 이후 5년간 보호관찰대상 미성년자 재범률은 평균 10.9%로, 성인 재범률 4.5%의 두 배가 넘는다. 성인들에 비해 형사적 제재의 효과가 훨씬 낮다는 뜻이다.

특히 강력 범죄 재범률은 35%에 달했다.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나거나 수용시설에 가지 않는 보호관찰 처분만 받다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광주광역시에선 18세 고등학생 두 명이 한 살 아래 후배 2명을 무면허로 빌린 차에 태워 감금하고 돌로 내리치고 손발로 수차례 구타했다. 말대답을 하고 대들었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이미 절도를 저지른 일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있었지만 보호관찰소가 나오라고 해도 불응하는 상황에서 다시 후배 폭행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청소년 범죄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과거에 비해 범죄자 연령층이 낮아지고, 미성년자 범죄가 흉악해지고 있다. 아이들의 키나 덩치가 성인만큼 커지면서 범죄 강도도 세졌다"며 "미성년자 범죄에 흉기가 등장하고 주먹·발로 폭행해도 뼈가 부러질 정도로 때리는 등 전치 4주 이상의 피해가 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