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수 이어 용암해수로… 제주 물산업 다양해진다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 있는 기능성 음료업체 제이크리에이션의 생산기지에서는 해수면 아래 130m 지점과 연결된 관정(管井)을 통해 하루 30만L(리터)의 용암해수가 뿜어져 나온다. 이 물은 지하수이면서도 짠맛을 가진 염수(鹽水)다. 지난 2012년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국책 과제 참여 기업으로 선정된 제이크리에이션은 이 용암해수에서 염분을 제거한 다음 가공, 기능성 음료로 만든다.

'삼다수'로 대표되는 제주도 물 산업이 다각화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1998년 제주 지하수로 만든 '삼다수'를 출시, 국내 생수 시장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지하수가 무한정 쓸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보니 새로운 수원(水源)을 찾는 노력이 이어져왔다. 이영돈 제주대 해양과학연구소 교수는 "최근 제주 인구가 급증, 지하수 사용이 늘며 고갈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제주도는 삼다수 제조를 위한 지하수 취수량을 하루 평균 3700t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암해수는 사실상 무한대 자원인 바닷물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에 고갈 우려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용암해수란 해수면보다 낮은 지하에 스며들어있는 지하수이긴 하지만, 땅에서 스며든 물이 만든 지상 지하수가 아니라 바닷물이 화산암반층을 통과해 들어온 '바다 지하수'다. 30만~40만년 전 형성된 화산 암반층에 바닷물이 유입되며 형성됐다. 화산암반층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나트륨·마그네슘을 비롯해 바나듐, 셀레늄, 아연 등 건강에 좋은 미네랄 성분이 다량 함유됐다. 제주개발공사에 따르면 용암해수 미네랄 함량은 제주도의 일반 지하수에 비해 4~5배 정도 높다.

제이크리에이션뿐 아니라 오리온도 지난해 용암해수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오리온은 "용암해수는 바닷물이 화산암반층을 통과하면서 중금속 등 오염 물질을 자연 여과, 일반 해양심층수에 비해 수질이 우수하다"며 "내년부터 용암해수 생산을 본격화, 중국 기능성 음료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크리에이션은 "2013년 제품 생산을 시작했고, 연평균 50% 정도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용암해수는 기능성 음료뿐 아니라 맥주·화장품 등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맥주 브랜드 제스피는 지난달 용암해수를 이용해 만든 신제품 '스트롱라거'를 출시했다. 이니스프리는 올해 초 '제주 용암해수 부스팅 앰플'을 선보였다.

이영돈 교수는 "미국 하와이나 일본 오키나와에도 용암해수 지대가 있으나, 수질이 뛰어나고 사업성을 갖춘 곳은 사실상 제주뿐"이라면서 "생수뿐 아니라 용암해수를 이용한 물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