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마법'에 홀린 관객들

영화 제작자 남편의 프랑스인 동료와 칸에서 파리까지 함께 가게 된 '앤'(다이앤 레인). 제멋대로인 이 프랑스 남자, 뒷좌석에 꽃을 한가득 싣고 나타나 한 송이를 건네자 앤이 살짝 웃으며 말한다. "프랑스는 왜 꽃향기도 이렇게 다른 거죠?" 지난달 3일 개봉한 '파리로 가는 길'(감독 엘리노어 코폴라)의 한 장면. 이 작품은 5일까지 관객 10만명을 넘어서며 독립·예술영화로는 블록버스터급 흥행을 기록 중이다.

우리 관객들에게 '파리'는 뭔가 특별하다. 7일 '파리 투 마르세유: 2주간의 여행'이 개봉하면, 올해 국내 개봉작 중 제목에 '파리'가 들어간 영화만 총 6편이 된다. 5월 '로스트 인 파리', 6월 '파리의 밤이 열리면', 지난달 초 '파리로 가는 길'에 이어 같은 달 23일엔 프랑스 사진가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로베르 두아노'가 개봉했다. '로스트 인 파리'는 프랑스 문화 코드에 익숙지 않으면 적응이 쉽지 않은 고전적 코미디인데도 2만7000명 넘는 관객을 모았다. 개봉을 앞둔 '파리 투 마르세유…'는 고집불통 아저씨 '세르주'(제라르 드파르디외)가 18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풍경화가 '클로드 베르네'의 발자취를 따라 파리에서 마르세유까지 항구 도시들을 순례하는 이야기.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바다와 항구, 건축물의 풍광만으로도 직접 여행한 듯 포만감이 드는 영화다.

우리 관객은 왜 '파리 영화'에 열광할까. 첫 번째 흥행 비결로 꼽히는 건 유독 뜨거운 파리 사랑.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2014~2016년 3년간 예약 데이터를 분석해 지난 6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이 여행지로 선호하는 유럽 도시 순위에서 파리는 로마, 런던, 프라하 등을 제치고 1위였다. '로스트 인 파리'를 수입한 그린나래미디어 류현택 대표는 "좀 식상하지 않을까 염려도 했는데, 여전히 우리 관객에게 '프랑스'와 '파리'는 로맨틱 감성의 대명사인 것 같다. 특히 파리 여행을 경험했거나 원하는 연령대인 30~40대 이상의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중·장년층 여성 관객의 감성과 통한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30만 관객을 돌파한 멜로 영화 '내 사랑'의 흥행에서 보듯, 우리 독립·예술영화의 주 관객은 과거 20대 '시네필(영화광)'에서 30~4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세대 이동'한 상태. 실제 '파리로 가는 길'의 CGV 예매율 통계를 보면, 여성 관객이 71.3%로 압도적으로 많고, 30대(37.9%), 40대(30.9%) 관객 비율도 높았다〈그래픽〉. '파리로 가는 길' 수입사 티캐스트의 송유진 해외사업팀 차장은 "중·장년층 여성의 경우 제목에 '파리'가 들어가면 확실히 관객 유인 효과가 있다. '한 번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는 'YOLO' 코드의 유행과도 맞물린 현상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