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수텔라? 정직한 시골빵 드시러 오세요"

경남 함양군의 개평 한옥마을에 닿기까지 서울에서 차로 4시간을 달렸다. 한옥 80채가 옹기종기 모인 동네엔 맑은 개울이 흐르고, 집집마다 마당에 석류와 매실, 대추가 열린다. 수퍼마켓 하나 말고는 변변한 상점이 없는 이 마을에 얼마 전부터 갓 구운 빵 냄새가 피어난다.

"시골빵집 문 열었습니다."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장사가 시작됐다. 200년 된 한옥을 개조해 만든 빵집에서 배우 김갑수와 이수경, 개그맨 김국진이 아침부터 반죽하고 발효시켜 구워낸 빵을 판다. 낮은 돌담 앞에 서서 마냥 기다리던 손님들이 줄줄이 들어갔다. 동네 할머니, 인근 초등학생, 관광객, 면사무소 공무원까지 끊이지 않았다.

이곳은 매주 목요일 밤 11시 TV조선에서 방송될 예능 '시골빵집' 녹화 현장. 메뉴는 식빵과 모닝빵, 바게트였다. 곳곳에 카메라가 돌아가고 연예인들이 바쁘게 오가는데도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 대청마루에선 주인과 손님들이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고, 마당에선 아이들과 강아지가 뛰어다녔다.

TV조선 '시골빵집'은 '행복한 자영업'에 대한 현실적 고민에서 출발했다. 임대료는 폭등하고 폐업은 넘쳐나는 자영업 위기의 시대, 적게 생산해 적당히 버는 대안을 제시한다. 개성 있고 정직한 가게라면 어디든 손님이 찾아가는 문화도 희망적이다.

지자체 일부 지원을 받아 다 쓰러져가는 빈집을 빵집으로 개조했다. 집주인은 어차피 비워뒀던 집이라며 월세를 1만원만 받겠다고 했다. 제빵기계와 주방기기는 발품 팔아 중고로 구입했다. 계란, 우유, 치즈, 옥수수, 고구마, 과일 같은 식재료도 동네에서 구할 수 있으니 신선하고 저렴하다.

김갑수와 김국진, 이수경이 이 흥미로운 사업에 합류했다. 기초부터 배워나가며 난생처음 빵 만들기에 도전했다. 김갑수는 연극배우 시절 빵 냄새를 맡으면서 '나중에 돈 벌면 원 없이 빵을 사 먹으리라' 다짐했다고 한다. "처음 이 동네 왔을 때 너무 조용해서 우리가 다 먹어야 하나 걱정했죠. 이젠 모자라서 못 파는 상황이 됐으니 놀랍고 감사해요."

김국진은 20년 만에 '국진이빵' 영광 재현에 나선다. 김국진 캐리커처 스티커가 들어 있던 국진이빵 열풍은 1990년대 전국을 휩쓸었다. 이번엔 직접 만든 '진짜 국진이빵'에 도전하는 셈. "빵은 항상 저에게 좋은 느낌이었어요. 엄마가 가마솥에 쪄주던 찐빵도, 국진이빵도. 밀가루 반죽 툭툭 칠 때 촉감도 너무 좋아요." 그는 "화덕과 가마솥만 활용해 맛있는 빵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수경은 이태원에서 브런치 카페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 "빵은 정말 예민해서 아기 돌보듯 계속 신경 써주고 어루만지고 정성을 기울여야 해요. 맛있게 먹는 손님을 보면 오래 공들인 보람을 느끼죠." 그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식재료 구해오는 역할을 한다. 손님을 살갑게 맞는 것도 그의 몫이다. "처음 문 연 날은 주민들이 신기하다고 사진을 많이 찍으셨는데 2~3일 지나니 아무도 안 쳐다보세요. 우리 빵집이 아직 부족한 게 많으니 좀 더 상냥하게 대해드리고 싶어요."

빵이 완성되는 시간에 시골빵집은 문을 연다. 언제 장사를 시작할지 예측할 수 없다. 손님들은 무턱대고 찾아와 기다린다. 3시간을 기다렸다는 주민 정현영(64)씨는 "크루아상, 치아바타, 팽오쇼콜라 모두 수준급이었다"며 "순수한 매력을 잃을까 봐 일부러 관광지 개발도 하지 않은 때 묻지 않은 시골 마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첫 방송 7일 밤 11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