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추석… 선물세트 예약 줄잇는다

다음 달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지난 5일 현대백화점 각 점포에는 추석 선물을 예약하려는 전화가 300통씩 걸려왔다. 평소의 2배가 넘는다. 이날부터 이틀간 확정된 사전 예약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7%가 늘었다. 홍정란 현대백화점 식품사업부장(상무)은 "장기 연휴 기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고객들과 기업들이 선물 세트 구입을 서두르고 있다"며 "특히 사전 예약 고객의 경우 VIP 고객들의 비중도 높아 판매 제품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급 한우, 굴비 세트 판매량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추석 선물 세트 사전 예약 실적은 작년보다 220.6%, 롯데마트도 157.6% 늘었다. 남흥 롯데마트 마케팅전략팀장은 "사전 예약 기간에는 기업체의 주문이 많기 때문에 연휴가 길어지면서 대규모 주문이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달리 대형마트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생활용품과 가공용품 세트 판매율이 높다.

◇ 한우·과일 다시 인기 끌어

제품별 특징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우와 배·사과 같은 '전통 강호의 귀환(歸還)'이다. 한우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불황과 부정청탁금지법 실시, 호주·미국산 쇠고기의 부상 등으로 그 인기가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 한우 시세가 3년 만에 최저가 수준으로 떨어지며,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남기대 롯데백화점 식품부문장은 "한우와 함께 전통 고가 선물세트였던 굴비용 참조기 가격이 조업량 감소로 10% 정도 오른 것도 한우의 인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외국산 과일 선물 세트에 밀렸던 전통 추석 과일인 배와 사과가 인기를 회복한 것도 이번 추석 선물의 판매 특징이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 팀장은 "올해는 8년 만에 온 10월 추석이기 때문에 사과와 배가 충분한 생육 기간을 거쳐 맛이 좋고 가격은 상대적으로 싼 편"이라며 "스테디셀러가 복귀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햄·생활용품 등 가성비 좋은 저가 선물 세트 인기는 여전하다. 특히, 매년 대형마트 추석선물 세트 1~2위를 다투는 CJ의 '스팸 선물 세트'는 올해도 자리를 지켰다.

이마트는 5만원 미만 상품의 매출 신장률이 지난 추석과 비교해 234.7%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에 맞춰 유통업계들은 5만원 미만의 선물 세트 상품군을 확대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전체 선물 세트 중 83.7%, 롯데마트는 전체 상품의 70% 이상이 5만원 미만이다.

◇자체 브랜드(PB) 선물 세트도 인기

올 추석에 처음 출시된 추석 선물 중에서는 '자체 브랜드(PB) 선물 세트' 등장이 눈에 띈다. 이마트는 올해 처음으로 '노브랜드'로 구성된 선물 세트 10종을 출시했다. 주요 상품으로는 '노브랜드 스낵 박스' '노브랜드 치약 칫솔 세트' 등이 있다. 홈플러스도 가정간편식 PB 브랜드인 '싱글즈 프라이드' 제품으로 만든 '조선탕반 선물 세트'를 올해 처음으로 출시했다. 이창수 홈플러스 프로모션팀장은 "중간 마진을 줄여 가격을 낮추면서 품질을 높였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자체 브랜드인 '고메이 494'에서 만든 참기름·들기름 세트와 전통장 세트를 출시했다.

호텔업계도 마찬가지다. 더플라자호텔은 PB 브랜드인 'P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디퓨저 등을 추석 선물 세트로 출시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타월 세트를, JW메리어트 동대문은 샤워 가운을 추석 선물 세트로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