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이동걸, 輸銀 은성수… 금융계 물갈이 시작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국책은행인 산업·수출입은행의 새 수장이 확정됨으로써, 새 정부 출범 이후 계속 미뤄져 왔던 금융계 인사(人事)가 본격화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7일 "산업은행 회장에 이동걸 동국대 경영학과 초빙교수를, 수출입은행장에 은성수 한국투자공사 사장을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금융감독원장에 임명 제청된 데 뒤이은 것으로 다른 금융 공기업 CEO(최고경영자), 각종 금융협회장 등에 대한 인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예상됐던 산은·수은 CEO 내정

이동걸·은성수 내정자 모두 예측된 인사들이다. 이동걸 내정자는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으로 일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금융연구원장을 지냈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정권과 불편한 관계에 있다가 금융연구원장에서 물러난 후 현 정권 인사들과 교류해 왔다.

은성수 내정자는 전북 군산 출신의 정통 재무 관료로 노무현 정부 시절에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을 지냈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 미국 순방 때 금융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동걸·은성수 내정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같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현 정부의 금융계 파워 인맥 중 하나를 형성하게 됐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고려대 동문이다. 또 최흥식·이동걸 내정자는 장하성 실장과 같은 경기고 동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지난 정부와 비교해 주요 대학과 고교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금융 공기업 수장 인사 줄줄이 대기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내주 결정된다. 정찬우 전 이사장 사퇴 후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데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이 유력하다. 호남 출신으로 광주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이번에 임명된 인사들과 닮은 부분이 있다.

은성수 내정자가 사장으로 있던 한국투자공사,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93.85%를 보유한 서울보증보험은 사장이 공석 상태다.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10월 임기가 만료되고, 내년 5월 만료되는 예금보험공사는 임기 전 교체 얘기가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주요 공기업 사장이 결정된 만큼 후속 인사를 서두를 것"이라고 했다. 금융 당국 1급 또는 차관급 출신 인사들이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임기가 내년 이후로 길게 남아 있는 IBK기업은행, 자산관리공사 등의 수장은 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대과가 없는데도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을 교체하면 낙하산 논란 등이 나올 수 있어 현재로선 교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금융협회장 대거 교체될 듯

금융협회장도 관심이다. 이미 임기가 만료된 손해보험협회장은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 출범 후 첫 협회장 교체가 부담돼 연기되고 있었는데, 최근 선임 절차를 시작했다. 10월 전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장과 생명보험협회장도 각각 11월과 12월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투자협회장은 내년 2월 임기가 끝난다. 전직 CEO 출신들이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관료 출신이 바로 가기는 어렵고 은행장 등 금융사 CEO를 거친 관료 출신이나 민간 CEO 출신이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중앙회와 여신금융협회는 임기가 많이 남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주요 민간 금융회사 중에선 KB금융그룹이 새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8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확대지배구조위원회'를 열어 23명의 1차 후보군을 3~5명의 후보로 좁힐 예정이다. 10월 추석 전 최종 후보를 선출할 계획인데 윤종규 회장 연임이 유력하다. 연임에 성공하면 겸직하고 있는 KB국민은행장을 새로 뽑을 것으로 보인다. 4월부터 공석인 수협은행장도 선임 절차를 곧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은행인 BNK는 진통 속에 새 CEO선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BNK는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낙하산 논란으로 회장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8일 회의에서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DGB는 박인규 회장이 비자금 의혹으로 경찰에 입건되면서 사퇴 얘기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