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올랐나…" 中 위안화 강세 속도조절

중국 화폐인 위안화 가치가 최근 들어 '이상 급등'이라고 부를 만큼 급격하게 뛰어오르자, 중국 외환 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위안화 가치 상승은 상당 부분 중국이 의도한 바이지만, 부작용이 우려될 정도로 속도가 빨라 일단 브레이크를 밟은 것으로 해석된다. 위안화 환율을 연말까지 현 수준(1달러당 6.5위안)에서 묶겠다는 것이 중국 외환 당국의 목표이지만, 속도 조절에 실패할 경우 당분간 온탕과 냉탕을 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中, 위안화 절상 속도 조절 나서

중국 인민은행은 최근 시중은행들에 통지문을 보내 선물환 거래액의 20%를 인민은행에 예치하도록 한 조치를 철폐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시중은행에서 위안화를 팔고 달러화를 살 때 거래 금액의 20%를 인민은행에 예치하도록 한 조치로, 2015년 위안화 약세로 자본 유출이 이어지자 이를 막기 위해 도입됐던 것이다.

인민은행은 이와 함께 외국계 은행들이 역내 위안화 예금을 일정 비율 예치하도록 하는 지급준비율 규정도 해제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들로 위안화가 많이 풀려 위안화 강세를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인민은행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최근 위안화 강세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달러당 7위안을 눈앞에 뒀던 위안화 환율은 지난 7월 이후 급락(위안화 가치 급등)해 6.5위안 선까지 떨어졌다. 11일에는 위안화 기준환율(인민은행이 고시하는 환율)이 전 거래일 대비 0.05% 내린 달러당 6.4997위안으로 11거래일 연속 하락해 6.5위안 선이 깨졌다. 하지만 역외 환율 시장에서는 환율이 소폭 상승했다. 중국 인민은행의 대책이 외환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1일 오후 현재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전날보다 0.3%가량 오른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그동안 위안화 가치가 급등한 것은 미국 달러화 약세, 한반도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 외부적 요인과 해외 자본 유입 유도, 위안화 약세로 인한 환율 조작국 지정 위험 회피 등 중국 외환 당국의 의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위안화 강세 원인의 70% 정도는 달러화 약세 때문이고, 나머지 30%는 중국의 의도적·정책적인 목적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미국의 통상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10월에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중국이 위안화 강세를 유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안화의 절상(화폐가치 상승·환율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글로벌 외환시장을 교란하고 중국의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정도에 이르렀다. 중국의 8월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5%(달러화 기준) 증가에 그쳐, 지난 2월 이후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멈출까, 계속 갈까… 전망 분분

중국 인민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공교롭게도 환율이 인민은행의 연말 환율 전망치인 달러당 6.5위안 부근에 다다랐을 시점이다. 이 때문에 위안화 가치 급등세가 일단 멈추고, 중국 정부의 추가 조치를 관망하며 당분간 6.5위안 선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로선 위안화 전망은 불투명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위안화 절상을 막기 위해 인민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보는 트레이더들과, 강한 시장 통제력으로 유명한 인민은행 간에 예기치 않은 전선(戰線)이 형성됐다"며 "11일 위안화 절상이 멈췄지만 얼마나 오래갈지는 알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가 출렁이면 한국 원화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보통이지만, 최근 위안화 급등 국면에서는 동조화 경향이 심하지 않은 편이다. 지난 7월 이후 위안화가 4% 이상 절상되는 동안 원화는 1.3% 절상에 그쳤다. 북한 리스크 등이 원화 절상 압력을 억제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