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곳 흩어진 서울시 조직… 시민들 "어디로 가야하죠"

올해 초 김태헌(35)씨는 인터넷 신문 운영과 관련한 상담을 하려고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신청사를 찾았다. 김씨는 자신이 방문해야 하는 문화예술과가 덕수궁 옆 별관에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공무원 근무 시간이 끝나는 오후 6시가 임박한 시각이어서 김씨는 별관까지 500m쯤을 뛰어가야 했다. 그는 "관련 부서 위치를 확인하고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 너무 불편했다"고 했다.

서울시 조직은 현재 5곳으로 흩어져 있다. 중구 신청사(2004명·39.5%), 서소문 별관(1806명·35.6%), 남산 제1별관(239명·4.7%), 청계청사(518명·10.2%), 무교청사(506명·10%)에서 145개 과에 소속된 5073명이 근무한다. 청계청사(중구 청계천로 프리미어플레이스빌딩)와 무교청사(무교로 더익스체인지서울빌딩)는 해마다 임차료 88억원을 내고 빌려 쓴다. 20%가 넘는 시 공무원이 '셋방살이'를 하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공무원노조는 "제2신청사를 지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특별시공무원노동조합(서공노)은 지난달 22일 이제원 제2부시장을 만나 "시 직원의 안정적인 근무 환경은 시민을 위해서도 필수"라며 "더 이상 혈세를 낭비하지 말고 조속히 제2신청사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사'를 가장 많이 한 조직은 도시기반시설본부다. 이 본부에 속한 시설국과 도시철도국은 지난 12년간 각각 네 번씩 따로 옮겨 다닌 끝에 2014년에 청계청사에 들어가서 비로소 합쳤다. 두 부서는 서울시 주요 기반 시설에 대한 준공 도면 등을 관리한다. 서공노 측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났을 때 긴급 대응을 하려면 도로·터널·지하철·교량 등의 자료 관리가 필수적인데, 이사를 너무 자주 한 탓에 자료가 유실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시 청사가 다섯 군데로 쪼개진 근본적인 이유는 신청사 전체 규모에 비해 사무 공간이 적기 때문이다. 2012년 지어진 신청사는 지하 5층, 지상 12층이다. 연면적(9만743㎡)은 축구장 13개와 비슷하다. 그런데도 시청 직원의 40%를 채 수용하지 못한다. 건축가의 의도가 '공간은 최대한 시민에게 개방한다'는 것이어서 동일한 규모의 다른 건물에 비해 사무 공간이 20~40% 정도 줄었다. 시 직원 1인당 사무 공간 면적(6.3㎡)은 시 조례에서 정한 7㎡에 미치지 못한다. 전국 지자체 평균(1인당 15.6㎡)과 비교하면 절반이 안 된다.

제2청사 건립을 주장하는 노조 측은 "청사를 지으려면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서둘러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옛 서울시 청사(현 도서관)는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 세워졌다. 해방 후 청사 건립과 이전 계획이 논의와 번복을 거듭하다가 1987년에 이르러 현 신청사 부지에 새로 건물을 올리기로 확정됐다. 그 후 18년이 지난 2005년에 건축 계획이 수립됐고, 2012년 9월 말 신청사가 문을 열었다.

서울시도 '다섯 지붕 한가족' 문제의 대안을 마련하려고 고심 중이다. 시는 지난해 590억원을 들여 서소문 별관을 증축하는 안을 고려했다. 하지만 시의회가 "지나치게 세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부결했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리모델링으로는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시 관계자는 "임대 청사에 많은 세금이 들어가고, 업무상 비효율적이라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2900억원을 들여 신청사를 지은 지 불과 5년밖에 되지 않아 또 다른 신청사 논의는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