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공백, 쉽지 않네

2년 만의 첫 공식 대회 출전을 2시간 앞두고 배상문(31·사진)은 드라이빙 레인지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샷을 가다듬고 있었다. 힘차게 날아가는 샷은 예전보다 좋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PGA투어에서도 느긋하던 모습과 달리 서두르는 듯한 인상이었다. 떨리지 않느냐고 묻자, 배상문은 "군에 가던 날이 더 떨렸어요"라고 했다. 유머 감각은 여전했다.

14일 인천 베어즈베스트청라 골프클럽(파71)에서 막을 올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신한동해오픈(총 상금 12억원, 우승상금 2억1600만원).

미국 PGA 투어 2승을 비롯해 일본 3승, 국내 9승 등 총 14승에 빛나는 베테랑 골퍼 배상문이 2년간의 공백 후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최대 관심이었다. 한 달 동안 정말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 라운드에서는 언더파도 쳤다고 했지만, '만화'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육군 소총수로 현역 복무를 마친 배상문은 지난달 16일 전역하고 한 달 만에 대회에 나섰다. 2015년 10월 프레지던츠컵 이후 첫 공식 대회 출전이었다. 1번 홀(파4)에서 배상문이 소개되자 평일인데도 골프장을 찾은 100여명 팬이 환호성을 올렸다. 유럽투어에서 3승을 올린 왕정훈(22)과 일본투어에서 활약하는 송영한(26)이 배상문과 같은 조에서 경기했다.

배상문은 1번 홀에서 울컥했다고 털어놓았다. "첫 티샷은 무지하게 떨렸어요. 하지만 팬들 환호를 들으면서 이 순간을 정말 기다려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전 공백은 컸다. 롱 게임보다는 쇼트게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배상문은 대부분 홀에서 티샷을 왕정훈과 송영한보다 더 멀리 보냈다. 하지만 아이언 샷이 흔들렸고, 퍼팅 감각도 떨어졌다. 배상문은 3번 홀(파3)에서 아이언 티샷을 경사가 높은 쪽 그린 바로 옆으로 보낸 뒤 3퍼트로 보기를 했다. 예전 같으면 하지 않을 이런 실수들이 이어지며 전반 9개 홀에서 보기 3개를 했다. 배상문은 후반 들어 플레이가 조금씩 살아났지만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잃었던 타수를 만회하지 못했다. 그는 "워터해저드가 있는 곳에서는 나도 모르게 수비적이고 소극적인 샷을 하게 되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1라운드 공동 95위(3오버파)로 컷 탈락 위기에 몰린 배상문은 "마지막 날까지 꼭 필드에 서 있겠다"며 연습장으로 향했다.

한국과 일본, 아시안 투어에서 활약하는 스타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 가운데 강경남과 김준성이 공동 선두(6언더파)에 올랐다. 재미교포로 올 시즌 일본투어에서 2승을 올린 김찬은 송영한과 함께 공동 3위(4언더파)를 차지했다. 김찬은 일본 투어에서 드라이브 샷 평균 323야드를 날렸다. 김찬은 "80% 힘으로 치면 캐리(구르는 거리 제외)로 305야드, 100% 힘으로는 340야드를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왕정훈은 김비오 등과 함께 공동 7위(3언더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