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의 변신… "군살 빼고 신사업 집중"

재계 16위 LS그룹이 조(兆) 단위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며 군살 빼기에 나서고 있다. 과거 활발한 '스몰딜(small deal· 소규모 인수 합병)' 전략을 통한 몸집 키우기로 유명했던 것을 감안하면 정반대 경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초 구자열 회장이 신년사에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에 사업 체질 강화를 위해 올해를 LS그룹의 미래를 준비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한 게 신호탄이었다. 하반기 들어서만 주력 계열사인 LS엠트론·LS니꼬동제련·LS전선이 잇따라 비(非)핵심 사업과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며 현금을 확보했고, LS네트웍스도 이베스트투자증권을 시장에 내놓고 주인을 찾고 있다.

◇하반기 들어 속도 내는 구조조정

17일 LS그룹에 따르면 올 들어 LS그룹 계열사가 자산과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1조8000억원을 웃돈다. 지난 7월 LS엠트론은 자동차 전장(電裝) 부문 자회사인 LS오토모티브 지분 일부와 동박(2차전지 등에 쓰이는 얇은 구리 박) 사업을 1조500억원에 미국계 투자회사 KKR에 넘겼다. 이 사업들은 자동차·IT(정보기술) 부품 소재 분야의 알짜 사업이라 시장 예상가보다 비싸게 매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어 8월 말 LS니꼬동제련은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합작 투자한 해외 자원 개발 회사 지분을 캐나다 기업에 7100억원을 받고 팔았다. 이달 들어선 LS전선이 중국 우시 법인 지분 47%를 매각해 450억원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차입금 상환 등을 제외하더라도 LS그룹이 이들 계약에서 확보한 현금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매각 작업은 2003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뒤 확장 정책을 가속하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LS그룹은 2008년 LS전선의 미국 전선 업체 수페리어에식스(SPSX) 인수를 비롯해 LS엠트론의 전장 부품 업체 대성전기공업(현 LS오토모티브) 인수, LS산전의 메트로닉스(현 LS메카피온)와 사우타코리아(현 LS사우타) 인수·합병, LS전선의 중국 해저케이블 업체 홍치전기 지분 75% 매입 등 2008~2009년에만 국내외에서 5개 사를 인수·합병했다.

이 같은 속도전으로 2003년 11월 LG전선 그룹으로 출범할 당시 7개에 그쳤던 계열사 숫자는 2008년 24개, 2012년 50개까지 늘었다. 초기 5조원 수준이던 자산 규모는 2013년 이후 20조원대로 올라섰고, 8조원대였던 그룹 전체 매출도 2010년대 초 30조원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잇따른 인수·합병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며 독이 됐다. 2008년 1조2000억원을 웃돌았던 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경기 둔화 직격탄을 맞으며 2014~ 2015년에는 절반 수준인 6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이로 인해 LS산전이 2014년 전력 반도체 기업 두 곳을 팔고, LS니꼬동제련이 2010년 인수한 비철금속 업체 화창을 2015년 재매각하며 구조조정을 진행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 확대 주목

재계에서는 LS그룹이 최근 전선 등 주력 사업이 살아나자 자산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주사인 LS는 자회사 LS전선 등이 호조를 보이며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21% 급증한 2917억원을 나타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S그룹이 10년 만에 다시 온 호황을 비핵심 분야를 정리하는 기회로 삼고 자금 확보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S그룹이 앞으로 1조원의 현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LS전선의 초고압 전력케이블, LS산전의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지난 5월 구자열 회장이 LS니꼬동제련 공장 방문 때 강조한 스마트 팩토리(IT 기반 자동화 공장) 등에 투자를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S그룹 측도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LS그룹이 최근에 지분이나 자산을 매각한 사업은 그룹 차원에서 봤을 때 핵심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추가 투자는 많이 필요한 분야"라며 "앞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첨단 전선 분야,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자금을 쏟아 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