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골프만큼 영어공부 중요하더라"

"나는 올해로 미국에서 선수 생활한 지 19년째인데 지금도 영어 때문에 고생해요. 그만큼 어릴 때 공부하는 게 중요한 거예요. 지금 바로 성적 내고 싶다고 골프만 하면 더 중요한 걸 놓치는 거예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8승을 거둔 그에게 '어떻게 하면 골프를 잘 칠 수 있을까' 묻는 주니어 골퍼와 학부형들에게 최경주(47)는 줄기차게 공부 이야기를 했다. "적어도 국·영·수는 꼭 공부해야 돼요. 당장은 골프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도 뭔가 큰 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부터 만들어야 돼요. 머리에서 '텅~' 하고 빈 소리가 나면 안 되겠죠."

18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는 대한골프협회에 등록된 초등학교 4~6학년 주니어 골퍼 24명에게 프로 골퍼 6명이 멘토링을 해주는 '제네시스 주니어 스킬스 챌린지' 행사가 열렸다. 21일부터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을 앞두고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드라이브샷, 피칭샷, 칩샷, 퍼트 대결도 했다. 최경주도 최진호, 주흥철 등 국내 유명 프로 골퍼들과 함께 이 행사에 참가했다.

그는 전날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가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도움이 될까' 고민했다고 한다. "아빠를 이기는 골퍼가 되고 싶다"는 꿈을 지닌 막내 아들 강준(13)과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열 살에 골프를 시작한 미국의 골프 스타 조던 스피스가 어떻게 11년 만에 마스터스 챔피언이 되었나' 하는 것이었다. 그는 중·고교 시절 운동만 했던 아쉬움을 털어놓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그 나이 때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다고 한다.

최경주는 "스피스가 훈련을 얼마나 했을까요?"라고 학생들에게 묻더니 설명을 이어갔다. "절대 훈련량은 우리 선수들보다 적었을 거예요. 미국은 중·고교에서 오후 3시 반까지 수업하고 해질 때까지만 연습하게 돼 있으니까요." 그런데 짧은 시간을 연습해도 집중력과 폭넓은 경험에서 오는 창의성의 차이 때문에 주니어 시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미국 선수들이 갈수록 더 좋은 선수가 되는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었다. 스포츠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본격적인 훈련은 신체 조건이 성숙해지는 17~19세부터 해도 된다고 했다. 함께 점심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한 학생이 추가로 주문할 게 있다며 어머니를 찾았다. 최경주는 "직접 주문하는 습관부터 들여보라"며 "스스로 알아서 하게 하는 것이 좋은 골프 선수를 키우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완도에서 미역 양식을 하며 자식을 키운 아버지가 지금의 자신보다 더 좋은 아버지였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골프는 잘 모르셨지만 '밥 잘 먹고 다녀라. 건강 잃으면 모든 걸 놓친다'며 묵묵히 응원하시던 모습에서 말할 수 없는 힘을 얻곤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