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거나 나쁘거나] "신사의 품격은 여전하나… 1탄 못 넘는 2탄"

[좋거나]

영국의 비밀 첩보 조직 '킹스맨'에서 탈락한 뒤 앙심을 품은 '찰리'가 로봇 팔을 장착한 채 주인공 '에그시'(태런 애거튼)를 암살하려고 찾아온다. 천신만고 끝에 에그시는 공격을 막아낸다. 하지만 찰리의 로봇 팔을 통해 전송된 킹스맨 요원들의 은신처 정보를 입수한 마약 사업가 '포피'(줄리앤 무어)는 동시다발적 테러를 감행한다. 킹스맨 요원들을 잃은 에그시는 포피의 음모를 막기 위해 미국 정보 조직에 도움을 청한다.

양복쟁이 첩보원들이 돌아왔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감독 매슈 본)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속편. 2015년 전편은 국내에서도 관객 612만명을 모았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영국 신사의 품격과 욕설을 마구 내뱉는 'B급 정서'가 공존한다는 점이야말로 이 시리즈의 매력이다. 영국 국민 작곡가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흐르는 가운데 대량 살상이 벌어지는 전편의 결말이 대표적이다.

속편에서도 품격과 비속어의 묘한 '짬뽕'은 변함없다. 주인공 에그시는 험한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고, 악당 포피는 배신한 부하를 분쇄기에 갈아 넣는 잔인성을 과시한다. 카메라를 전후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주먹질과 총질의 쾌감을 극대화하는 현란한 액션이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관념을 집어던진 통속 유머도 여전하다. 거기에 영국식 정장과 미국식 카우보이 복장, 영국 팝 가수 엘턴 존과 미국의 존 덴버 등 영미(英美) 문화 코드를 대비시켜 첩보전 규모를 국제전(國際戰)으로 키웠다. '전편만큼 뛰어난 속편이 드물다'는 영화계 속설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방(善防)한 편이다.

[나쁘거나]

"바뀌고 배울 의지만 있다면 새 사람이 될 수 있지."

'킹스맨' 전편에서 비밀요원 '해리'(콜린 퍼스)는 동네 말썽꾼으로 젊음을 낭비하던 '에그시'(태런 애거튼)에게 고전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대사를 인용해서 이런 조언을 했다. 2년 반 만에 찾아온 속편에서, 감독의 '바뀌고 배울 의지'는 '어떻게 하면 새 액션 시리즈로 성공할 수 있을까'에만 쏠린 것 같아 보인다. 칸을 나눈 만화처럼 속도감과 절도 넘치는 액션만 보면 선방. 하지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전편의 불가측적 창의성과 아이러니한 매력은, 아쉽게도 속편에선 눈에 띄지 않는다.

전편 '킹스맨'도 조직 설명에 한참이나 공을 들였다. 신입 요원 후보들의 경쟁을 통해 이야기의 긴장감을 살리면서 주요 등장인물의 성격도 구축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속편에는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미국의 형제 정보기구인 '스테이츠맨'의 요원으로 줄줄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정작 길게 설명만 늘어놓은 뒤 사라지고 만다. 다분히 3편을 염두에 둔 설정일 것이다. 전편 악당(새뮤얼 잭슨)은 수억달러를 들여 질병과 빈곤 퇴치에 노력했지만 결국 절망했던 천재 사업가로 악의 동기가 강력하고 논리적이었다. 반면 "내가 마약왕인데 아무도 안 알아준다"며 음모를 꾸미는 속편의 악당 '포피'(줄리앤 무어)는 좀처럼 악당 같지가 않다.

무엇보다 전편에는 날렵한 수트 차림으로 주점 안 건달들을 박살내는 매력남 콜린 퍼스의 힘이 있었다. 속편에서 미국과 영국 전통의 비교는 농담거리에 그치고, 전편의 신선했던 액션은 회상하듯 복제되며 빛이 바랬다. 매끈한 액션 영화지만, 전편의 강렬한 개성은 사라진 듯해서 아쉽다. 상영 시간 141분도 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