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늘 중국과 일본 물건만 수입해 써야 하는가!"
단단하고 아름다워 '하얀 금'이라 불리던 도자기의 자력 생산을 열망하던 유럽 군주가 있었다. 독일의 작센의 선제후(選帝侯·황제 선거권을 가진 제후)이자 폴란드 왕을 겸하던 강건왕 아우구스투스(August der Starke·1670~1733)였다. 그는 작센의 중심 도시인 드레스덴을 바로크 예술 중심지로 이끈 군주였다. 도자기 생산은 화려한 생활로 바닥난 왕실 금고를 다시 채울 방편이기도 했지만, 유럽에선 도무지 제작 방법을 알 수 없었다.
1708년, 강건왕의 명령을 받은 연금술사 요한 프리드리히 뵈트거가 마침내 해냈다. 드레스덴 근교 마이센에서 유럽 최초로 자기 생산에 성공해 이웃 나라들의 부러움을 샀다. 강건왕은 여름 별장을 아예 '도자기 궁전'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미완의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1월 26일까지 특별전시실에서 여는 '왕이 사랑한 보물―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 명품전'은 18세기 유럽 바로크 문화의 정수(精髓)와도 같은 화려한 왕실(王室)을 통째로 서울 용산에 옮겨온 듯한 전시다. 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을 대표하는 그린볼트박물관, 무기박물관, 도자기박물관 소장품 130점을 선보인다. 고화질 확대 사진을 통해 실제 드레스덴 궁전 내부에 온 것 같은 전시 기법을 썼다.
도입부인 1부에선 흉상, 무기, 사냥 도구를 통해 전시 주인공인 강건왕의 캐릭터를 분석할 수 있다. 왼쪽 아래가 싹둑 잘려나간 군복은 1702년 대(對)스웨덴전 패배의 흔적이지만 강건왕은 훗날 러시아와 손을 잡고 이 옷을 되찾는 설욕에 성공한다. 강건왕이 만든 보물의 방 '그린볼트'의 예술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2부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유럽 관련 전시 중에서도 화려하기로 단연 으뜸이다. 은(銀)으로 만든 '아테나상', 청동 재질의 '시간의 알레고리', 상아로 만든 '타원형의 뚜껑이 있는 잔', 도금 은으로 된 '바다 유니콘 형상의 술잔' 등 눈을 뗄 수 없는 유물이 빛을 발한다.
3부에선 강건왕이 구상했던 '도자기 궁전'의 일부를 재현한다. 중국의 오리지널 관음상과 마이센에서 만든 복제 도자기를 나란히 전시한 것이 눈길을 끈다. 크기가 작아지고 손 같은 세부가 어딘가 둔탁해 보이지만 상당히 비슷하게 동양 예술을 흉내 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02)2077-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