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문학의 신데렐라 '밀레니엄'의 귀환

리스베트라는 여주인공 이름을 기억하십니까.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있을 때마다 몸에 하나씩 문신을 새겨 넣던 복수의 화신. 갸웃거리는 중인가요? 그렇다면 그녀가 등장한 소설 제목은 어떨까요. 미스터리 스릴러 '밀레니엄' 시리즈.

미스터리 전문 잡지 '미스테리아'의 김용언 편집장은 이런 표현을 쓴 적이 있습니다. "21세기 문학의 최고 신데렐라를 꼽자면 딱 두 명이다, 하나는 '해리포터'를 쓴 조앤 롤링, 또 한 명은 '밀레니엄' 시리즈의 스티그 라르손(1954-2004)." 물론 라르손은 남자니까 신데렐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시리즈의 양적 성공은 신화적입니다. 전 세계 52개국에서 9000만 부. 영국의 롤링이야 살아서 영화를 누리고 있지만, 스웨덴의 라르손은 책 출간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으니 어쩌면 더 극적입니다.

라르손 이야기를 하는 까닭이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제4권 '거미줄에 걸린 소녀'가 이번 주 번역 출간됐거든요. 라르손은 총 10권으로 이 시리즈를 구상했지만, 3권까지만 쓰고 숨졌죠. 그나마 공식 출간 직전의 심장마비였습니다. 소설가치고 자아도취 아닌 사람이 없다지만, 이 정도로 천문학적 성공을 거둘지는 몰랐겠죠. 이러니 속세의 시비가 발생할 수밖에.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32년간 함께 살았던 연인 에바 가브리엘손 대신, 작가와 의절했던 부친과 동생이 인세를 모두 가져갔습니다. 스웨덴 법률은 자녀가 없는 사실혼에 대해서는 상속을 인정하지 않았거든요.

죽은 라르손이 4권을 썼을 리 없습니다. 이번 책은 같은 스웨덴의 소설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55)의 작품. 라르손 부친과 동생의 선택이었다는군요. 2015년에 전 세계 38개 국어로 먼저 나왔죠. 라게르크란츠가 쓴 제5권 '자기 그림자를 찾는 남자'가 이달 초에 현지 출간됐다고 하니, 시차가 좀 있군요.

밀레니엄 시리즈의 제1권 제목은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이었습니다. 요즘 표현으로는 '여성 혐오'를 떠올릴 수 있겠군요. 여러 각도로 이 스릴러를 읽을 수 있겠지만, '여혐'과 '여혐혐', 즉 여성을 혐오하는 남자들과 그런 남자들을 혐오하는 여자들의 대결 구도로 읽어볼 수도 있을 겁니다. 문득 라르손의 연인, 에바의 독후감이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