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인생사, 값으로 따져 볼까요?"

'첫사랑에게서 돈 빌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사람들이 내주겠다는 금액은 평균 923만5000원이다.'

'남자들이 평생에 걸쳐 외도하는 상대의 수는 평균 12.5명이다.'

구체적인 것에는 힘이 있다. TV조선이 25일 밤 11시 처음 방송하는 예능 프로그램 '인생 감정쇼 얼마예요?'는 인생사를 금액이나 백분율 같은 수치로 환산하는 토크쇼다. 인간의 다양한 감정(感情)을 정교하게 감정(鑑定)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제목에 담았다.

지난 15일 촬영장인 서울 상암동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진행자 손범수(53) 아나운서를 만났다. 그는 세트를 가리키며 "무대를 360도 입체적으로 구성한 점부터 독특하다"고 했다. 보통 토크쇼와 달리 진행자와 출연자가 마주앉지 않는다. 손 아나운서가 무대 중앙에 서고, 고정 패널(방송인 이상벽, 배우 김형자, 호주 출신 개그맨 샘 해밍턴)과 연예인 부부들, 변호사·심리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감정단이 그를 둘러싼다.

손 아나운서는 "내가 진행자라는 생각을 되도록 하지 않기로 했다"며 "딱딱하게 진행을 하기보다는 출연자들과 맞장구치며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게 내 역할"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동선이 자유로운 원형으로 무대를 배치하고 어느 방향의 출연자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는 얘기다.

출연자들과의 교감을 강조하는 것은 거기서 공감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석에서 친구들과 술 한잔하면서 같이 깔깔거리고, 때론 곁에서 울어주기도 하잖아요. 토크쇼라는 것도 결국은 말하는 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공감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래야 시청자들도 몰입할 수 있어요."

TV에 넘쳐나는 부부·가족 예능 사이에서 이 프로그램은 '계량화'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가장 흡인력 있는 수치는 아무래도 돈이다. 이날 녹화에서는 명절 쇠는 여성들의 가사 노동을 금액으로 환산했다. "남자들도 놀기만 하는 건 아니다"는 지적에 따라 제상 차리고 귀성길에 운전하는 남성들의 역할도 값을 따져 봤다.

가정사에 일일이 금액을 매기는 데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손 아나운서는 "아무 근거 없이 나오는 수치들이 아니다"며 "설문 조사를 비롯한 산출 과정이 소개되고 전문 감정단의 분석도 제시되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아나운서는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 드러내놓고 말하기엔 조금 민망하고 치사할 수도 있는 얘기들을 끄집어내 다룬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숫자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고 했다. "돈을 꿔 달라는 첫사랑에게 5000만원쯤은 빌려주겠다는 응답자가 있었습니다. 이런 수치들을 보면서 나라면, 우리 가족이라면 어떨지 돌아보자는 거죠. 소통은 이런 작은 계기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