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국내대회 같은 組… '큰형님' 둘은 내내 웃지 않았다

한국 남자 골프의 두 맏형인 최경주(47)와 양용은(45)의 동반 라운드는 18홀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기 전만 해도 여유 있는 표정이었던 둘은 1번홀 티 박스에 들어선 순간부터 싸늘한 표정의 승부사로 돌변했다. 상대의 스윙과 퍼팅 동작을 꼼꼼히 살폈고, 버디나 보기가 나와도 별다른 말 없이 자기 플레이에 집중했다.

21일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우승상금 3억원) 1라운드.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스타 최경주와 양용은은 김형성(37)과 함께 같은 조에 편성됐다. 최경주와 양용은이 국내 대회에서 한 조에 편성된 건 2003년 SK텔레콤오픈 최종 라운드 이후 14년 만이다. 미국에선 2012년 US오픈 1~2라운드 동반 플레이가 마지막이었다.

최경주는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아시아 선수 최다승(8승) 기록 보유자이고, 양용은은 PGA 투어 아시아 선수 최초의 메이저 대회(2009년 PGA 챔피언십) 우승자이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두 레전드의 승부를 보기 위해 평일 낮 시간임에도 300명이 넘는 갤러리가 따라다녔다.

15번홀까지만 해도 최경주가 3타를 앞서 '큰형'의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최경주가 16·17번홀에서 잇달아 보기를 범하며 주춤한 사이 양용은이 16·18번홀에서 버디를 하며 승부가 바뀌었다. 이븐파 72타를 친 양용은이 공동 39위, 최경주는 1오버파 공동 61위로 마쳤다. 최경주가 이번 대회에서 상위 60위 안에 들어 컷을 통과하면 'KPGA 투어 30개 대회 연속 컷 통과'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현재 기록은 김형성이 2006~2008년 세운 29개 대회 연속 컷 통과다. 첫날 단독 선두는 8언더파를 친 김승혁(31)이었다.

필드에서 최경주·양용은과 마주친 후배들은 모자를 벗고 깍듯이 인사했다. 전날 최경주는 "요즘 후배들이 인사를 제대로 않는데, 인사 하나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경기 직후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둘은 비로소 긴장을 풀고 칭찬을 주고받았다. 최경주는 "양용은이 마지막 홀 티샷을 한 400야드는 친 것 같은데 난 이제 그렇게 못 한다"고 했다. 양용은은 "최경주 형은 아이언샷이 워낙 좋아 닮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