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만되면… 홍대앞·강남, 주폭·쓰레기 천지

23일 새벽 2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신사역 사거리. '불금(불타는 금요일)'이 절정에 이르는 시간이다. 한 클럽 앞 난간에 취객 6명이 나란히 걸터앉아 담배를 태우다 손에 쥔 숙취해소 음료병을 던졌다. 반쯤 깨진 병은 그대로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까지 굴러갔다. 같은 시각 홍대 앞 거리의 한 술집 앞에선 20대 초반의 남성이 모르는 행인과 시비가 붙었다. 길가에 드러누운 만취 여성을 깨우던 경찰이 그 모습을 보고 황급히 싸움을 말리기 위해 달려갔다.

주점·클럽 등이 모여 있는 유흥 거리가 금요일 밤부터 주말까지 쓰레기와 취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화원과 경찰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쓰레기·주폭 천지가 된 불금의 유흥가

22일 밤 10시쯤 홍대 앞 거리에 '호빠 가자'라는 커다란 글자와 전화번호가 박힌 전단 수백 장이 거리에 나뒹굴었다. 말쑥한 양복 차림의 청년들이 뭉치째 거리에 던지고 간 것이 바람과 사람들의 발길에 흩어져 사방으로 퍼졌다. 대형 편의점 앞에 깔린 10여 개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마신 맥주 캔을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버렸다.

금요일 자정이 가까워지자 논현동의 한 클럽 앞 가로수에는 각종 병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걸렸다. 클럽에서 나눠준 음료를 먹고 걸어둔 것이다. 근처 나무 기둥은 담뱃불을 끄느라 지진 자국이 흉터처럼 남아 있었다. 한 남자는 바닥에 우유를 쏟으며 "왜 내가 못 들어간다는 거야"라며 고함을 질렀다.

이 클럽에서 고용한 청소부 이모(44)씨는 싸리비를 들고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쉴 새 없이 바닥을 쓸었다. 한 취객이 "친구가 주차장에 '큰' 실례를 했으니 와서 치워달라"며 잡아끌었다. 이씨는 "일주일에 한 번은 있는 일"이라며 두루마리 휴지를 챙겼다. 23일 새벽 무렵엔 이 클럽 앞에 있던 100L짜리 쓰레기봉투 5개가 가득 찼다.

'불금'에는 주폭(酒暴)들도 활개 친다. 지난 22일 밤 논현동의 한 클럽 앞에선 30대 여성 두 명이 머리채를 잡고 싸웠다. 한 여성은 "테이블에 놓인 지갑을 저 사람이 가져갔다"고 했다. 두 여성의 싸움은 친구 2명이 가세해 패싸움으로 번졌다. 논현1지구대 경찰 2명이 현장에 도착해 이들을 말렸다. 클럽 종업원이 "여긴 내가 말릴 테니, 클럽 뒤편 골목으로 빨리 가보라"고 했다. 20대 남녀 10여 명이 모여서 금방이라도 싸울 듯이 욕설을 주고받고 있었다. 경찰은 호루라기를 불어 이들을 해산시켰다. 클럽 종업원은 "금요일 밤은 전쟁터가 따로 없다"고 했다.

홍대 앞 거리를 책임지는 서울 홍익지구대는 '불금'이 되면 비상이 걸린다. 23일 새벽에도 대여섯 명이 여전히 인사불성이 돼 고함치고 있었다. 이 지구대 한쪽에는 양동이와 마대 걸레가 놓여 있었다. 경찰은 "취객들이 토하면 바로 치우기 위해서"라며 "술에 취해 아침까지 못 깨어나는 사람도 있어 바닥에 매트리스도 깔아뒀다"고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경찰에게 행패 부린 공무집행방해 사범 1만5000여 명 가운데 71.4%가 주폭이었다.

◇아무리 치워도 끝없는 쓰레기

'불금의 광란'이 끝나는 새벽 5시 무렵이면 거리엔 다른 사람들이 나타난다. 형광 조끼와 빗자루를 든 미화원이다. 홍대 구역을 담당하는 양재승(58)씨는 "쓸어도 쓸어도 끝이 없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깨진 병들은 엄두도 못 내고, 덩치 큰 박스나 캔 등을 쓸어 담았다. 30분을 쓸었는데, 100m도 채 나가지 못했다. 이렇게 새벽 5시부터 점심때까지 한 사람이 약 2㎞ 거리를 청소한다. 이날 홍대 거리에선 약 7000㎏의 쓰레기가 수거됐다. 평일의 2배 가까이 된다. 양씨는 "홍대와 강남은 미화원들에게 기피 1순위"라고 했다.

강남·홍대 유흥가 인근 상인들은 청소 인력을 별도로 고용하기도 한다. 유흥가 인근 편의점도 주말에는 청소 전담 직원을 둔다. 논현동 한 편의점 점주 박모(65)씨는 "청소가 너무 고돼 사람 구하기 힘들다 보니 지난달부터는 아들이 청소를 도맡아 한다"고 했다. 강남 역삼동·서초동 빌딩의 경비들은 대부분 청소를 맡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서초동 한 빌딩의 경비 김신우(71)씨는 "다른 지역 경비보다 돈을 한 달 20만~30만원 정도 더 받지만, 대부분 3개월을 못 버티고 그만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