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비 15% 줄인 기업들… 매출 34% 준 꽃집

공직자 등의 금품 수수를 근절하자는 취지의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 지 1년을 맞았다. 지난 1년간 성과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엇갈린다.

기업 접대비가 줄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접대비를 따로 공개한 회사는 139개인데, 102개의 올 상반기 접대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1%(173억원) 줄었다. 학교도 달라졌다. 서울시교육청이 24일 교직원 1만8101명, 학부모 3만69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교직원의 85%, 학부모의 83%가 '법 시행 이후 촌지 등 금품 수수 관행이 사라졌다'고 답했다.

반면 지난 1년간 국내 농축산·화훼 농가 등은 청탁금지법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업계는 매출이 크게 떨어지면서 큰 피해를 봤다. 이 때문에 '청탁금지법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권석창 자유한국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전 4주간 대형마트·백화점 등의 국내산 농식품 선물 세트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8% 감소했다. 지난1~5월 화원협회 1200곳의 소매 거래 금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33.7%, 도매 거래량은 7.1% 감소했다. 전년 대비 분화류(난·화분) 평균가격은 8.2% 떨어졌다. 특히 난(蘭)류 가격은 14.2%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화원에서 법인 카드로 구매한 분화류 규모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우는 도매 가격이 9.5% 내려가고, 도매 거래량은 5.2% 줄었다.

전국 인삼농협의 올해 설 연휴 전 4주간 인삼류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23.3% 감소했다. 이 중 수삼의 하락 폭(35.8%)이 가장 컸다. 수삼은 말리기 전의 인삼을 뜻하며, 수삼을 찌고 말리면 홍삼이 된다. 수삼 거래 가격은 750g당 2만3000~2만5000원에서 1만7000~1만8000원으로 떨어졌다. 과일 중 수요가 가장 많은 사과·배 거래액도 지난해 10월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굴비의 90%를 생산하는 영광군에 따르면 설 굴비 판매액은 작년 1200억원에서 올해 780억원으로 줄었다고 한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은 올해 주요 업무로 '농산물 소비 확대를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벌였지만 청탁금지법의 영향에서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다. 농정원 관계자는 "단순히 소비를 촉진하는 운동뿐 아니라 우리 농산물을 사는 것이 농어촌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 때문에 농민들이 체감하는 고통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엔 국민권익위원회와 한국행정연구원이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청탁금지법 시행 1년 토론회' 도중 화훼 농민 등 20여 명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김영란법 개정해 농업경제·서민경제 살려내라' '꽃은 뇌물이 아니다. 마음의 선물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농축어업계 피해가 늘자 정부는 연말까지 청탁금지법이 규정한 한도 금액(식사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을 '식사 5만원·선물10만원·경조사비 5만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