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産 스파이, '추석=史劇' 흥행 공식 뛰어넘을까?

추석은 설 연휴와 한여름, 연말과 더불어 영화 시장의 '4대 성수기'로 꼽힌다. 올 추석 연휴는 최대 10일까지 계속된다. 이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최대 1500만 관객이 극장을 찾는 유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올 추석 연휴는 한국 영화 '남한산성'과 '아이 캔 스피크', 외국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의 삼파전(三巴戰) 구도가 되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어떤 작품이 웃게 될까. 세 작품의 장단점을 살펴보았다.

◇'추석은 史劇' 공식에 맞는 '남한산성'

전통적으로 추석 극장가에서는 사극이 강세를 보였다.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1232만명), 2013년 '관상'(913만명), 2015년 '사도'(624만명)가 대표적이다. 가족들이 함께 극장을 찾는 추석 연휴의 특성 때문이다.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은 이 공식에 딱 들어맞는다. 주화파 '최명길' 역의 이병헌과 척화파 '김상헌' 역의 김윤석, '인조' 역의 박해일 등 한국 영화 시장을 이끌고 가는 흥행 배우들의 황금 캐스팅도 무시할 수 없다. 소설가 김훈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라는 점도 든든하다.

다만 경쟁작에 비해 개봉일(10월 3일)이 늦다는 점이 약점이다. 입소문이 더딘 속도로 퍼질 수 있다. 한국사에서도 가장 암울하고 치욕적인 사건으로 꼽히는 병자호란(丙子胡亂)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흥행에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안 그래도 시국 근심이 끊이지 않는 현 상황에서 무겁고 어두운 영화를 골라야 하는 심리적 부담감이 클 수도 있다.

◇돌아온 양복쟁이 스파이들 '킹스맨'

27일 개봉한 '킹스맨: 골든 서클'(감독 매슈 본)은 2015년 국내에서 612만 관객을 모았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속편이다. 말끔한 양복을 차려입은 영국 스파이들의 종횡무진 활약에 20~30대 관객들의 호응이 벌써부터 뜨겁다. 개봉 당일에만 48만명이 '킹스맨' 속편을 선택했다.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로는 개봉 당일 최고 흥행 기록이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영국 신사의 품격과 욕설을 마구 내뱉는 'B급 정서'의 공존이야말로 이 시리즈의 매력이다.

다만 모든 속편의 운명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도 전편과 비교를 피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1편에서 천방지축 망아지 같던 젊은 주인공 '에그시'(태런 애거튼)를 다잡아주는 조언자 역할을 했던 '해리'(콜린 퍼스)의 비중이 줄어든 점도 아쉽다. 전편의 악당(새뮤얼 잭슨)이 세계 정복을 노렸다면, 이번에는 마약 합법화로 악당 '포피'(줄리앤 무어)의 야심이 한층 소박해졌다는 점도 단점이 될 수 있다.

◇현대사 아픔을 녹인 '아이 캔 스피크'

21일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는 관객 102만 명을 동원하고 있다. 'YMCA 야구단'과 '광식이 동생 광태' '시라노; 연애 조작단'의 김현석 감독이 연출했다. 따스한 코미디를 스포츠물이나 멜로물에 녹이는 감독의 장기는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빛을 낸다. 일본군 강제 동원 위안부 문제를 다뤘던 한국 영화의 전형적 공식에서 탈피해서 따스하고 부드러운 코미디로 탈바꿈했다. 일찍 개봉한 덕분에 호의적인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나문희·이제훈 두 콤비의 호연(好演)에도 '천만 영화'의 흥행력을 갖춘 배우들은 아니라는 점은 장기적 인기몰이에는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앞선 두 대작의 틈새를 뚫고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