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알 수 없는 카오스? 누군가는 '기회'라 부른다"

21세기, 전쟁과 오염과 각종 성병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혼란을 틈타 쿠데타를 일으킨 가부장적 전체주의국가 길리아드는 인구 증가를 위해 여성을 계급별로 분류해 징집한 뒤 강제 수태(受胎)를 실시한다. "이 소설 속 전체주의가 그저 작가의 배배 꼬인 어두운 상상일 뿐이라고, 현실에선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요?" 캐나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78)가 말했다.

14일(현지 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참석한 애트우드는 현재 가장 뜨거운 여성 소설가로 꼽힌다. 특히 '애 낳는 기계'로 전락한 여성의 미래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 '시녀 이야기'(1985)가 최근 페미니즘 열풍을 타고 또 한 번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소설은 미국 드라마로 제작돼 지난 4월 방영됐고, 지난달 미국 에미상 최우수 작품상 등 5관왕을 차지했다. 소설 역시 인터넷 서점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로 뛰어올랐다. "마치 1930년대 긴장 국면처럼 세계 곳곳에서 혼란이 속출하고 있다. 사람들이 픽션을 현실적 가능성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책이 책장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드라마 방영이 확정된 '그레이스'(1996)와 부커상 수상작 '눈먼 암살자'(2000)도 이달 말 국내 재출간이 결정됐다.

애트우드가 그려낸 미래는 유전자 실험으로 멸망한 인류를 그린 '인간 종말 리포트'처럼 대체로 표정이 어둡다. "모든 것엔 긍정적이고 부정적이고 어리석은 면이 있죠. 게다가 세상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비관론자는 아니다. "세상이 바뀌면서 '역사의 종말'(프랜시스 후쿠야마) 같은 희한한 책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결코 알 수 없는 미래가 우리 앞에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카오스, 누군가는 기회라 부른다."

그는 '독일 도서전 평화상' 올해 수상자로 결정돼 15일 시상식에도 참석했다. 주최 측은 "국제 분위기에 대한 정치적 직관과 예지를 보여줬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 우크라이나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등이 이 상을 받은 뒤 노벨문학상을 거머쥐었다. 노벨상의 기대감이 꺼지지 않는 이유다. 애트우드는 올해 영국 도박사들이 노벨상 수상 후보 3위로 점쳤고, 노벨상 주인공이 된 가즈오 이시구로가 "먼저 받아 미안하지만 조만간 그의 수상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애트우드는 시큰둥했다. "탈락에 익숙해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곤충학자인 아버지 탓에 이사가 잦았고, 친구가 없어 자연히 책벌레가 됐다. 그리고 "16세부터 전업작가를 꿈꿨다"는 이 은발의 작가는 어느덧 50여 권의 책을 낸 원로가 됐다. 창작론(論)은 단순했다. "작가는 작가가 살고 있는 시간을 쓴다"는 것. "역사 소설 혹은 미래 소설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현시대의 소설이다. 소설의 일은 '반영'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비출 때 언어는 영향력을 획득한다."

반영은 소설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스물두 살 때 시집을 내며 데뷔한 시인. "새 시집을 준비 중인데 2년 내로 나올 것 같아요. 그때도 유명할지는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