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제주서 열리는 첫 PGA… 강성훈이 호텔 뷔페 한턱 쐈네요

16일 저녁 제주 신라호텔 지하 1층 뷔페 식당에는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골퍼 40여명과 캐디, PGA 투어 관계자들이 몰렸다. 패트릭 리드와 스콧 브라운, 케빈 트웨이, 체즈 리비(이상 미국), 그레이엄 딜렛(캐나다)과 재미 교포 케빈 나, 제임스 한, 최경주 등이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식당 입구엔 'Dinner Sung Kang'이라고 적혀 있었다. 고향이 제주인 강성훈(30)이 아버지와 함께 PGA 동료들에게 저녁 한턱을 쏘는 자리였다.

강성훈은 "생각보다 많은 선수가 한국까지 왔다"며 "북핵 위기 때문에 망설였던 PGA 선수들 입에서 '정말 오길 잘했다'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리드 등 미국 선수들은 강성훈과 아버지에게 "한국 음식 정말 맛있다"며 머리 숙여 인사했다.

강성훈은 고향 제주에서 한국 최초로 PGA 투어 정규 대회인 CJ컵(총상금 925만달러·약 105억원)이 열린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한 듯했다. 대회는 19일부터 나흘간 제주 나인브릿지 골프클럽에서 열린다. 올해 대회엔 페덱스컵 우승으로 '1000만달러의 사나이'가 된 저스틴 토머스(미국)를 비롯해 제이슨 데이(호주), 애덤 스콧(호주) 등도 참가한다.

그는 "PGA 투어에서 '이번 대회가 안전할 것'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꾸준히 보내고 한국 선수들도 '막상 가보면 괜찮다'고 이야기를 해서 PGA에서 정상급 선수들이 많이 오게 됐다"고 전했다.

강성훈은 1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끝난 PGA 투어 CIMB클래식에서 공동 3위로 선전했다. 이날 아침 전세기로 제주에 도착한 강성훈은 "고향에 와서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강성훈은 어린 시절 타이거 우즈가 제주에서 이벤트 대회에 참가한 것을 보며 PGA 투어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는 PGA에서는 작은 키인 172㎝(74㎏)이지만 300야드를 넘게 치는 장타자다. 체중 66㎏인 토머스가 '몸무게당 비거리'가 가장 많이 나가는 선수라면, 키 1㎝당 비거리가 가장 많이 나가는 선수는 강성훈을 꼽는다. 강성훈은 "작은 제가 장타를 치면 상대방이 오히려 기가 죽는다"고 했다. 그는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성격이었다.

2년 전부터 스폰서가 없는 그는 모교인 연세대학교의 이니셜이 박힌 모자를 쓴다. 올해 준우승과 3위를 기록한 그에게 남은 더 좋은 성적은 우승이다. 강성훈은 한국 투어에서 4승을 거둔 뒤 2011년부터 PGA 투어에서 활약했고 3년간 2부 투어를 뛰다 지난해 PGA투어에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