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제주도 바람한테 물어보세요

두 발로 땅을 박차는 듯 '까치발 샷'을 날리는 저스틴 토머스(미국), 큰 힘 안 들이고 엄청난 장타를 날리는 제이슨 데이(호주), 피니시까지 깔끔한 스윙을 하는 애덤 스콧(호주).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이들 정상급 스타들은 다양한 클럽을 점검하며 코스 구석구석을 살폈다.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PGA 투어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최경주와 강성훈, 배상문, 김민휘 등 한국 선수들도 샷을 가다듬으며 '안방의 반란'을 다짐했다.

한국 최초로 열리는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정규 대회인 CJ컵(총상금 925만달러·약 105억원) 개막을 이틀 앞둔 17일 제주 나인브릿지 골프클럽. 반팔을 입어도 될 만큼 따스한 날씨 속에 선수들이 연습 라운드를 돌았다. 전날만 해도 초겨울 같은 날씨에 강한 비바람이 불었다. 처음 제주에 온 제이슨 데이는 "참 아름답고 멋진 곳인데, 날씨 변화가 정말 크다"며 "승부에 큰 변수가 될 것 같다"고 했다.

2004년 이곳에서 열렸던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 나인브릿지 클래식 우승자인 박지은은 현장을 방문해 "그린의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한라산 브레이크'와 하루에도 4계절이 오락가락하는 기온 변화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회 출전 선수 78명 중 한국 선수는 17명이다. 김시우, 강성훈, 김민휘 등 3명이 PGA 페덱스컵 포인트 상위 60명에 포함돼 자력 출전했고 최경주와 배상문, 안병훈, 왕정훈, 김경태 등은 한국 선수를 배려하는 조건으로 출전했다. 2002년부터 4년간 이곳서 열렸던 LPGA 투어 CJ나인브릿지 클래식 때는 박세리·안시현·박지은·이지영이 우승하며 한국 선수 '안방 불패' 기록을 썼다. 당시 전성기를 자랑하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번번이 '제주 정복'에 실패하고는 "바람과 추위를 극복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한 일이 있다. 최경주는 "날씨가 좋다면 하루 5언더파씩 20언더파 정도 기록해야 우승할 수 있겠지만, 강풍과 추위가 찾아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