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취소 후폭풍… KB챔피언십서 12명 무더기 기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에서 지난해 챔피언 김해림(28)이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그러나 주최 측의 미숙한 진행과 선수들의 집단 보이콧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22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클럽(파72·6678야드)에서 열린 KB금융 스타챔피언십(총상금 8억원) 최종 3라운드. 2위에 3타 앞선 단독 1위(11언더파)로 첫 홀을 출발한 김해림은 강풍 탓에 7타를 잃어 4언더파 212타로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 역시 대량으로 타수를 잃었기에 선두를 지킬 수 있었다. 김해림은 2위 박지영(2언더파)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1억6000만원을 받았다. 그는 지난 5월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우승 이후 5개월 만에 시즌 2승을 거뒀다. 공동 4위 박인비(이븐파)는 경기 직후 열린 명예의 전당 입회식에서 구옥희·박세리·신지애에 이어 역대 4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이 대회는 첫날 그린과 프린지의 경계가 불명확하게 조정돼 벌타를 줬다가 취소하는 사태가 있었고, 이에 반발한 선수들이 집단 심야 농성을 벌인 끝에 4라운드가 3라운드 54홀로 축소되는 소동을 겪었다. 이날 치러진 2라운드 잔여 경기와 3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김지현과 조윤지, 박신영 등 12명이 대거 기권했다. 취소됐던 첫날 1라운드 성적은 좋았지만, 다시 치러진 둘째 날 1라운드에서 부진한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주최 측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보였다. 이 대회 2013년 챔피언 이승현은 다시 치러진 1라운드 18홀을 다 돌았지만 스코어카드에 서명하지 않아 실격됐다. 조윤지는 20일 경기를 마친 뒤 인스타그램에 "골프 선수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행복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내가 이 투어를 뛰고 있는 게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는 글을 남겼다.

첫 1라운드에서 2벌타를 받았다가 면제돼 공동 선두에 올랐던 여고생 최혜진은 공동 22위(6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미국 골프닷컴은 "KLPGA 대회에서 기이한 규정 논란 속에 결과가 무효 처리됐다"며 "프로 대회에서 규정 논란은 종종 있지만 이런 난리 법석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