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바람에도 거침없이 우드… 토머스의 '닥공' 통했다

"레이업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세 번째 샷으로 그린에 공을 올리고 싶지 않았다."

340야드를 넘나드는 '까치발 장타'로 한국 팬들을 매혹한 저스틴 토머스(24·미국)가 마지막까지 화끈한 공격 골프를 펼치며 국내에서 처음 열린 PGA 투어 CJ컵을 품에 안았다. 평범해 보이는 외모지만 클럽만 들면 PGA 올해의 선수답게 변신하는 '반전 매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22일 제주나인브릿지 골프클럽(파72·7196야드)에서 막을 내린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CJ컵(총상금 925만달러·약 105억원).

18번홀(파5·568야드)에서 계속된 두 번째 연장 승부에서 마크 리슈먼(호주)의 두 번째 샷이 물에 빠졌다. 이제 리슈먼은 잘해야 4온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토머스는 주저 없이 우드를 뽑아 들더니 투온을 시도했고, 공은 그린에 안착했다. 이날 한라산 자락에는 수시로 방향이 바뀌는 강풍이 몰아쳤지만 그에게 '안전 위주' 경기란 없는 듯했다.

토머스는 "짜릿한 순간에 도전해야 한다. 그렇게 승부를 걸고 우승하는 게 즐겁기 때문에 프로 선수가 아니냐"고 했다. 토머스는 투퍼트로 버디를 기록하며, 보기에 그친 리슈먼을 누르고 CJ컵의 초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PGA 통산 7승을 올린 그는 상금 166만5000달러(약 19억원)를 받았다. 김민휘가 4위(6언더파)로 17명의 한국 선수 중 최고 성적이었다.

9언더파로 4라운드를 시작한 토머스는 이날 타수를 줄이지 못해 9언더파 279타로 리슈먼과 연장에 들어갔다. 18번홀에서 이글 퍼트를 놓친 게 아쉬웠다. 토머스로선 96번째 PGA 대회에서 처음 맞는 연장 승부였다.

토머스의 골프는 공격 일변도였다. 강풍 속에서도 모험을 거는 그를 지켜보려는 팬들이 갈수록 늘었다. 3라운드 12번홀(파5·598야드)에서는 티샷이 카트 도로를 맞고 461야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짧은 파4홀이지만 좌우로 벙커가 있는 8번홀(353야드)에서도 나흘 내내 원온 시도를 했다. 첫날 이글 2방으로 시작한 그의 경기는 갤러리를 빨아들이는 흡인력이 대단했다. '토머스에 의한 토머스를 위한 대회'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이번 대회는 총상금 925만달러의 특급 규모이지만 상당수 선수가 휴식을 취하는 시기에 열렸다. 북핵 위기도 민감한 문제였다. 토머스와 제이슨 데이(호주), 애덤 스콧(호주) 등 스타들이 참가했지만 더스틴 존슨과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등 상위 랭커들도 적지 않게 빠졌다. 앞으로 스타 선수들을 더 출전시킬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이 모나한 PGA 투어 커미셔너는 "이번 대회는 최소한 10년 계약하에 열린다"며 "한국의 골프 산업을 바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