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달군 반려견 논란
"한번 사람 문 개는 또 물어" "초기에 예절 교육 해야"
짖고 위협해 항의했는데… 견주는 "유난 떤다" 되레 핀잔
"개도 자격있는 사람이 키워야" "패혈증 사망, 미처 생각 못해"
자성하는 목소리 많이 나와
반려견이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알려진 후, 반려동물 관련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이 겪은 일을 공유하며 반려동물 문화와 관련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조선일보 인터넷 홈페이지 '조선닷컴'(
www.chosun.com)과 온라인 커뮤니티·카페 등에서 반려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모았다.
견주(犬主)의 태도를 지적하는 댓글이 많았다. "개는 개답게 키우고 사람은 사람답게 키워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반려견 행동 교정 전문가 이웅종씨는 "개를 사람처럼 대하니 버릇이 나빠지는 것이다. 개가 주인을 향해 으르렁대거나 통제가 안 된다면 초기에 예절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많은 견주가 초기 신호를 무시해 결국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한번 사람을 물었던 개는 반드시 또 물게 된다"며 "교육을 받더라도 모든 반려견은 본능에 따라 언제든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견주들이 개에게 공포를 느끼는 사람을 무조건 '예민하다. 호들갑 떤다'고 치부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초등학생만 한 개가 짖어대서 견주에게 '관리하라'고 했더니 '우리 애는 아직 어린데 법적으로 문제가 있느냐'고 했다"며 "견주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모씨는 "아파트 단지에서 개가 노인을 향해 짖고 위협했는데, 개 주인이 미안해하기는커녕 항의하는 사람에게 유난 떤다고 핀잔을 줬다"고 했다.
개에게 물리거나 위협을 당했다는 경험담도 많았다. 남편이 'AS 기사'라고 밝힌 한 독자는 "전화로 방문 수리 시간을 미리 알렸는데도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가자마자 큰 개가 달려들었다"며 "대문으로 도망친 후 묶은 걸 확인하고 나서야 들어갔다"고 했다. 한 택배 기사는 "들어가자마자 푸들에게 다리를 물렸는데 주인이 '괜찮으시죠?' 한마디 하더니 문을 닫아버렸다"고 했다.
공동주택에서 개 키우기를 제한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개 때문에 나는 악취와 소음, 이웃 주민 안전 문제 등이 이유다. '개 짖는 소리' 민원이 층간소음 민원만큼이나 많아 '층견소음(層犬騷音)'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서모씨는 "공동 주거 지역이나 아파트에서는 개를 키우지 못하게 하거나 고율 세금을 물려서라도 청결과 안전을 유지하도록 하자"고 했다.
견주들 사이에선 자성하는 말이 나왔다. 네이버 카페 '강사모(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의 한 회원은 "우리 개는 산책 중에 사람이나 다른 개를 봐도 시큰둥하고 짖거나 달려들지 않지만 말도 안 통하는 동물을 100% 예측하는 능력은 (나에게) 없다"며 "항상 '물어요! 만지지 마세요! 아이 데려가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책을 다닌다"고 말했다. 이 글에는 내용에 찬성하는 회원들 댓글이 수십 건 달렸다. 인터넷 포털의 한 회원은 "반려견을 키운다는 건 그냥 개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노력과 시간을 쏟아야 나도 힘들지 않고 남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했다.
죄 없는 애견인들이 일방적으로 비판받는다는 주장도 있다. "작은 상처에서 생긴 패혈증으로 사람이 사망하는 것은 미처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운다는 한 견주는 "우리 집 개는 잘 물기 때문에 밖에 나갈 땐 항상 '만지지 마세요' '개가 싫어해요'라고 했다"며 "앞으로는 외출할 때뿐 아니라 집에서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