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1만원 주고 산 도상봉 그림… 그 후 40년

20대 약대생은 그림이 좋았다. 졸업 후 약국을 운영하며 모은 돈으로 구입한 첫 작품이 하얀 꽃 항아리에 수북이 꽂힌 도상봉의 '라일락'. 당시 1만원 하던 폭 53㎝의 그림이다. 이후 10여년 동안 틈틈이 사 모은 그림이 300여점. 마침내 그녀는 1977년 서울 인사동에 '선화랑'을 연다. 한국 화랑계의 대모 김창실(1935~2011) 이야기다.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40년, 새로운 창을 열다'전(展)은 '인사동 터줏대감'으로 통하는 이 화랑의 창립 40주년 기념전이다. 선화랑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성장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31일까지 열리는 1부에선 이두식(2013년 작고), 김구림, 하종현 등 대표 작가 16명과 김병종, 이이남 등 '선 미술상' 역대 수상작가 10명의 작품 40여점으로 구성했다.

국전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형근의 '설중화'가 재미있다. 화가의 딸을 주인공으로 그린 그림. 김 화백이 김창실 회장에게 "죽을 때까지 팔면 안 된다"며 준 것으로, 레이스 달린 옷의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이숙자의 '군우―얼룩소 3,4'는 작가가 29년 만에 완성한 작품. 김 회장에 이어 선화랑을 운영하는 며느리 원혜경 대표는 "갖춰 입길 좋아하던 어머님과 이 화백은 인생과 작품에 대해 속내를 터놓고 이야기할 만큼 각별한 사이였다"고 전했다.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전시 2부에서는 문형태, 안광식, 정영주 등 현재 선화랑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나온다. 11월 14일까지. (02)734-0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