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무대, 혼돈에 빠진 두 남자

"나도 이해랑연극상도 타고, 흥행도 하고 좀!"

대학로에서 이인극을 올리려는 연극 연출가(류태호)는 그야말로 난감한 처지다. '월터' 역으로 캐스팅한 배우 '재하'(박성웅)는 극 중 배역에 몰입하는 '메소드 연기'로 정평이 난 연극배우. 반면 '싱어'로 점찍은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 '영우'(오승훈)는 연습 첫날부터 지각을 일삼는다. 대본도 국어책 읽듯 어색한 데다, 연기 연습보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영우'의 불성실한 태도에 '재하'가 울화통을 터뜨리면서 리허설부터 극단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오는 11월 2일 개봉하는 영화 '메소드'(감독 방은진)는 한국 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극중극(劇中劇)의 형식을 활용한다. 영화 속 현실과 연극의 무대가 서로 충돌하거나 역전되는 것이야말로 극중극의 짜릿한 묘미. 영화는 재하의 연인인 화가 '희원'(윤승아)을 등장시켜 삼각관계의 구도를 빚는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연상되는 전범(典範)이 적지 않다. 제한된 공간에서의 동성(同性) 간 애정이라는 주제는 '거미여인의 키스'와 닮았다. 두 남자가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이 감옥이냐 연극 무대냐 정도가 차이일 것이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서서히 역전되는 구도는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나 '리타 길들이기'와도 흡사하다. 연극계 선배인 재하는 풋내기 영우의 '발연기'를 사사건건 트집 잡고 지적한다. 하지만 연극 개막일이 다가오자 현실과 연극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혼돈에 빠지는 건 오히려 재하 쪽이다.

길고 도발적인 두 남성의 키스 장면 이후 영화는 통속적인 미스터리 치정극으로 치닫는다. 극적 재미를 높이기 위한 적절한 양념일지, 도식적이고 상투적인 인공 감미료에 불과할지는 관객들의 판단이 엇갈릴 것 같다. 하지만 박성웅은 상대 배우의 멱살을 잡고 밀치는 초반부터 묵직한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꽉 채운다. 정치와 섹스, 분노와 폭력 등 지나치게 여러 주제를 욕심 내는 최근 한국 상업 영화들과는 달리, 한두 가지 주제에 집중하는 미덕도 빛난다. 무엇보다 극장을 나오면서 격론을 벌일 수 있는 작품을 만난 것만으로도 일단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