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6개 노리는 '설원 위 호날두'

"공주 정안밤의 힘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공주 사나이 신의현(37·창성건설)은 이 말을 하면서 씩 웃었다. 26일 경기도 이천훈련원에서 열린 평창 동계패럴림픽(내년 3월9일 개막) 국가대표 발대식 및 미디어데이 행사장. 신의현은 "정안면은 해발 600m 지점에 있는데, 설상 경기가 열리는 대관령 알펜시아와 비슷한 곳"이라고 했다.

신의현은 유력한 패럴림픽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지난 3월 평창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 월드컵에서 금·은·동메달을 하나씩 목에 걸었다.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 6개 종목에 출전한다. 그는 "지금 상태라면 금메달 6개도 노려보고 싶다"고 했다.

공주에서 나고 자란 그의 인생은 2006년 2월 대학 졸업식 전날 차를 몰고 집으로 가다 반대편 차량과 정면 충돌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나흘간 의식을 잃었고 두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3년간 실의에 빠져 술로 마음을 달랬다. 그런 신의현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2009년 10월이었어요. 척수 장애를 앓고 있는 고향 선배가 휠체어농구를 해보자고 하더군요."

신의현은 "처음엔 장애인이 무슨 농구냐"고 거절했다. 막상 코트에 나가 오랜만에 심장 박동을 느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2012년 아이스슬레지하키(썰매 위에 앉아서 하는 장애인 아이스하키), 2014년 휠체어사이클로 종목을 넓혔다. 2014년 아이스슬레지하키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가 스키를 타기 시작한 건 2015년 8월이었다. 스키장에 가본 적도 없었던 신의현의 도전이 다시 시작됐다. 그의 '좌식 스키'는 허벅지 부위를 의자에 줄로 단단히 매고, 강한 어깨로 밀면서 탄다. 여름엔 스키 바닥에 롤러를 달고 대관령 고개를 넘는 훈련을 반복했다.

스키 입문 반년 만인 지난해 2월 동계장애인체전 3관왕에 오르며 최우수선수(MVP)가 됐고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지난해 3월 핀란드 월드컵 크로스컨트리에서 동메달 2개, 올 초 우크라이나 월드컵 2관왕, 독일 핀스테라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크로스컨트리에서 은메달을 따면서 한국 장애인 노르딕스키 최초 기록의 역사를 써가고 있다.

그에겐 잘 달린다고 '설원 위의 호날두'라는 별명이 생겼다. 신의현은 "평창에서 첫 패럴림픽 금메달을 따 역사를 새로 쓰고 싶다"며 "장애인이 부족한 것도, 특별한 것도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날 발대식에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배동현 대한장애인노르딕스키연맹 회장, 아이스슬레지하키 선수 정승환(31·강원도청), 알파인스키 선수 양재림(28·국민체육진흥공단)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대회 조직위는 "50여 국 1만5000여 명이 참가하는 평창 패럴림픽은 올림픽 못지않게 세계의 주목을 끄는 행사"라며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