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行 보안인터뷰에 1~2분, 큰 혼잡 없었다

26일 오전 10시 인천공항에서 괌으로 출발하는 제주항공 항공기(10시 56분 출발) 탑승장. 녹색 재킷을 입은 여성 보안 요원이 탑승구를 지나 기내로 진입하기 위해 탑승교로 걸어 들어가던 한 승객을 불러 세웠다. 보안 요원은 이 승객의 몸과 짐을 폭발물흔적탐지기(ETD)로 샅샅이 훑고, 손으로 승객의 몸 곳곳을 만지는 이른바 '촉수검사'도 했다. 다른 몇몇 승객도 같은 보안 검색을 받은 뒤에야 기내에 진입할 수 있었다.

미국행 항공기 승객을 대상으로 지난 6월 미국 교통보안청(TSA)이 요청한 보안 강화 조치가 26일 국내 공항에서 시작됐다. 유나이티드항공 등 외항사와 미국령인 괌 등으로 항공기를 운항하는 LCC(저비용 항공사)들은 이날부터 발권 카운터, 탑승구 앞 등 곳곳에서 보안 인터뷰와 강화된 보안 검사를 실시했다.

 

이날 오후 1시 인천공항 3층 출국장 J 발권 카운터. 오후 4시 55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는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가 출발을 약 4시간 앞뒀지만, 카운터 앞에는 꽤 많은 승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외주 보안업체 소속 보안 요원 세 명이 줄을 선 승객들 사이를 오가며 "어떤 목적으로 미국에 가시느냐" 같은 인터뷰 질문을 던졌다. 1~2분 걸리는 인터뷰를 마친 승객들의 여권에는 초록색 스티커가 붙었다. 체크인이 진행되는 동안 심각한 혼잡은 발생하지 않았다. 승객들은 "질문에 대답하기 어렵지도 않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아 불편은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발권 카운터 주변에서 질문을 던지는 보안 요원들은 모두 범죄 심리 등을 교육받은 전문 인력이다. "미국 방문 목적이 뭐냐" "한국엔 무슨 일로 오셨다가 돌아가시느냐" 등 대체로 평이한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한 외항사 관계자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 일관성이 있는지, 승객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지 등을 가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 대학을 다니는 유학생"이라고 답한 승객에게 "어느 학교 다니냐"고 되물어 우물쭈물하면 '요주의 인물'로 선정하는 식이다. 이럴 경우 해당 승객의 탑승권에는 'SSSS'(Secondary Security Screening Selection·2차 보안 검색 대상)라는 표시가 찍혀, 기내에 진입하기 전 촉수 검색과 폭발물 흔적 탐지 등 강화된 2차 보안 검사를 받아야 한다. 비행기 출발 72시간 전에 항공사로부터 탑승객 명단을 받아보는 TSA가 별도로 요주의 인물을 지정해 통보해 오기도 한다.

발권 카운터에서 보안 인터뷰를 마치고 탑승구 앞으로 온 승객들을 상대로 보안 요원들은 또 질문을 던졌다. "혹시 짐 운반을 부탁받은 것이 있습니까" "짐을 두고 잠시 다른 곳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까"라는 식이다. "그렇다"고 답하면 폭발물흔적탐지기로 승객의 짐을 샅샅이 훑는 보안 검색이 실시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일부 승객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TSA의 요구를 따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