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셔의 '늑대를 요리하는 법'

이번엔 '늑대를 요리하는 법'이다. 이 선정적 제목을 듣고 뭐라 생각되시는지? 남자를 제멋대로 휘두르려는 여자를 위한 심리 실용서인가도 싶고, 완악하기 짝이 없는 사내아이를 컨트롤하기 위한 양육서인가도 싶고, 말 그대로 늑대를, 그러니까 늑대를 잡은 사냥꾼들을 위한 와일드 레시피인가도 싶다. 하지만, 다 아니다. 그냥 요리책이다. 특징이라면, 화려한 요리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생존 본능에 충실히 복무하기 위한 책이라는 것.

전쟁과 대공황을 겪는 와중 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느 요리책과는 달리 어떻게 굶주림에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이 책의 저자 M.F.K. 피셔(1908~1992)는 왜 음식과 굶주림에 대한 책을 쓰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가 굶주림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사실 사랑과 그것에 대한 갈망을 이야기하는 것."

그러고 보니 사랑과 굶주림에 공통점이 있다. '배가 고프다'고 하는 것처럼 '사랑이 고프다'고도 하고, 단지 음식을 먹거나 누군가를 만난다고 하는 것만으로 그 '굶주림'이 해결되지 않기도 한다는 것. 또 빨리 먹으면 체하고, 몸에 맞지 않는 걸 먹으면 탈이 나기도 한다는 것 등등.

아늑한 레스토랑의 메뉴판처럼 디자인되어 있는 이 책의 목차는 어느 하나 입맛을 당기지 않는 게 없다. '헴록을 먹지 않고 현자가 되는 법' '살아남는 법' '늑대를 써는 법' '비둘기가 울게 하는 법' '늑대를 위해 건배하는 법' '지렁이가 되지 않는 법'… 그중 '갓 구운 빵처럼 일어나는 법'을 소개한다.

"빵을 반죽한다는 것은 몸을 부드럽게 흔들면서 반죽 덩어리를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리듬감 있게 누르고, 밀면서 뒤집고, 살짝 접고, 밀고, 누르는 것을 뜻한다. 조용하면서도 음악적인 율동"이라며 척추 지압 요법이나 요가 수련, 어떤 명상보다 빵을 만드는 게 마음을 위해 낫다고 말한다. 우유 4컵, 설탕 1/4컵, 소금 4작은술, 쇼트닝 2큰술, 압축 이스트 덩어리 1개, 미지근한 물 1/4컵, 체를 친 다용도 밀가루 12컵이 그 반죽의 재료다. 오븐도 없는 데다 베이킹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나로서는 이 레시피가 얼마나 현대적인지 혹은 구식인지, 실용적인지 그렇지 못한지 잘 모르겠다.

아, '그래서 늑대가 뭔데?'라며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을 위해 저자가 인용한 이 문장을 적는다. "식욕, 인류의 늑대(셰익스피어)." 늑대를 잡고, 늑대를 썰고, 늑대를 유혹하는 나날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