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의 누더기 지도

Books에서 경제경영서를 메인 리뷰로 선택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랄까요. 그런 '엄격한' 경쟁률을 뚫고 지난주에 소개한 책이 데릭 톰슨의 '히트메이커스'입니다. 10분도 집중하기 어려운 이 과잉의 시대에 초대형 히트작은 어떻게 탄생하는가를 분석하는 과학적 시도였죠.

인기 비결에 단 하나 절대적 이유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당연히 신뢰하지 않습니다. 세상 모든 일은 두 가지 측면이 있죠.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세상 아닙니까. 줄 긋고 기억했던 두 작가를 '히트메이커스'가 인용하고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이탈리아의 이탈로 칼비노(1923~1985)와 아르헨티나의 보르헤스(1899~1986).

칼비노는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이런 사례를 듭니다. 몽골 제국의 황제 쿠빌라이 칸에게 베네치아의 돌다리를 설명하는 마르코 폴로. 칸이 묻죠. "수많은 돌 중에 어떤 돌이 다리를 지탱하느냐." 폴로는 대답합니다. "어떤 돌 하나가 아닙니다. 수많은 돌이 모여 아치형 구조를 만들고 이 구조가 다리를 떠받칩니다."

이번에는 반대의 우화(寓話). 보르헤스의 단편 중에 '과학의 정밀성에 대하여'가 있습니다. 전 세계 모든 장소를 담아낸, 극도로 정밀한 지도 제작의 성공. 하지만 생각해보시기를. 지도는 쉽게 휴대할 수 있고 편하게 펴볼 수 있어야 쓸모가 있죠. 영토를 고스란히 담아냈다면, 그게 무슨 지도겠어요. 결국 그 거대한 지도는 방치됐고, 누더기가 된 지도의 조각들은 사막의 거지와 동물들이 깔개나 이불로 썼답니다. 복잡성과 단순성의 필요에 대한, 그리고 그 황금률에 대한 우화이자 풍자죠.

어디 다리와 지도만의 문제이겠습니까. 세상의 모든 현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법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단순하고도 복잡한 세상에서, Books의 선택과 리뷰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르문학과 순문학의 균형 감각을 묻는 이번 주 커버스토리, 그리고 26명의 추천서를 제출하는 '대통령의 책읽기'와 500년 전 루터 종교개혁의 최대 수혜자를 재발견하는 '1517 종교개혁'에서, 이 복잡하고도 단순한 세상을 이해하는 삶의 지도를 만나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