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벨트 대통령이 휠체어를 감춘 이유

커버링
켄지 요시노 지음｜김현경·한빛나 옮김｜민음사｜368쪽
2만2000원

소아마비였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회의 전 늘 먼저 자리를 잡고 탁자 뒤에 앉았다. 휠체어는 감췄다. 탁월한 대통령 역할을 위해 장애인 루스벨트를 숨겼던 것.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백인처럼 옷 입고 말하며, 여성은 직장에서 어머니·아내인 자신을 숨긴다. 동성 결혼도 허용되는 세상이지만, 사회는 여전히 '주류'라는 허상에 동화(同化)하라고 요구한다. "지난 세대는 소수 인종, 동성애자, 소수 종교인, 장애인 등 집단 전체를 공격했지만, 새로운 차별은 주류 규범에 동화되지 않는 집단의 일부를 겨냥한다. 외부자들은 내부자들에게 동화돼 그들처럼 행동할 때, 즉 '커버링'할 때만 받아들여진다."(44쪽)

저자는 예일대 로스쿨 교수이며 일본계 미국인. 백인이 아닌 것이 싫어 거울을 혐오했던 어린 시절, 죽음까지 생각했던 커밍아웃 과정 등 개인적 체험에서 출발해, 사회 각 분야에 만연한 차별과 커버링을 탐구한다. 유려한 문장 덕에 술술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