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뒤집혀…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난 '프라하의 연인'

배우 김주혁(45)씨가 30일 교통사고로 숨졌다. 김씨는 이날 서울 강남에서 앞서가던 차량을 추돌한 후 전복되면서 사망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코엑스→경기고)에서 벤츠 SUV 차량을 운전하고 있었다. 3차로에서 앞서가던 그랜저 승용차를 두 차례 추돌한 뒤 인도로 돌진했다. 김씨의 차는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화단을 넘어 150m쯤 그대로 밀고 나가 인근 아파트 벽에 충돌, 아파트 정문 앞 계단으로 2m가량 굴러 전복됐다.

출동 당시 김씨의 차량 엔진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차체가 심하게 찌그러졌다. 구조대원이 약 40분간 구조 작업을 한 뒤 오후 5시 7분쯤 김씨를 차에서 끌어낼 수 있었다. 김씨는 곧바로 인근 건국대병원으로 이송된 뒤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이날 오후 6시 30분쯤 숨졌다.

그랜저 운전자 김모(48)씨는 "벤츠가 내 차를 뒤에서 들이받아 차를 세우려고 인도 쪽으로 이동할 때 벤츠 운전자(김주혁씨)가 차 안에서 가슴을 움켜잡는 모습을 봤다. 이후 벤츠가 그대로 내달려 내 차의 조수석 문을 긁고 오른쪽 인도로 빠르게 돌진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랜저 운전자는 경미한 부상만 입었다. 사고 당시 주변을 지나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는 김씨의 벤츠가 앞서가던 그랜저 차량을 뒤에서 받은 뒤, 두 차량 모두 오른쪽 차로로 천천히 이동하다 벤츠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오른쪽 인도로 돌진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건국대병원 측은 "심근경색 증상을 먼저 일으킨 뒤 사고가 난 걸로 보인다"는 의사 소견을 경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1998년 SBS 탤런트 공채 8기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 작고한 배우 고(故) 김무생씨의 차남이다.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삶을 지켜보면서 배우가 내 운명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1999년 드라마 '카이스트'(SBS)에 조연으로 출연해 주목받기 시작했고, 2003년 이범수·엄정화 등과 함께 공동 주연으로 나온 영화 '싱글즈'가 흥행하면서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후 영화 '청연' '광식이 동생 광태' '아내가 결혼했다' '방자전' 등에서 주연을 맡으며 호평을 받았다.

안방극장에도 자주 얼굴을 비췄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SBS) '무신'(MBC) 등에 나왔고, 2013년부터 2년간 예능 '1박 2일'(KBS2)에 출연해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방송계에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개봉을 앞둔 영화 '부라더'와 '침묵' 측은 각각 이날 예정됐던 레드카펫 행사와 'V앱 라이브톡' 중계를 취소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추모글이 10만 건 이상 올라왔다. 고인과 공개 연애 중이던 배우 이유영씨의 인스타그램에도 1만 건 이상의 추모글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