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로잡은 트와이스, 韓流여 다시 한번

9인조 걸그룹 '트와이스(Twice)'는 이름처럼 다른 걸그룹의 2배 넘는 활약을 요즘 펼치고 있다. 소녀시대, 씨스타 등 대부분 걸그룹이 주춤하거나 해체한 사이 작년 국내 최대 디지털음원사이트 멜론에서 연간 차트 1위를 했다. 매일 1위가 바뀌는 디지털 시장에서, 올해 낸 신곡 '시그널' 등은 무려 3주 넘게 1위를 계속했다. 일본에서도 1위다. 지난 6월 발매한 일본 데뷔 앨범은 월간차트 2위를 기록하며 27만장이 팔렸고, 지난 18일 낸 싱글앨범 '원 모어 타임'은 1주일 만에 20만장을 넘기며 오리콘 일간차트 1위에 올랐다. 30일 한국에서 첫 정규앨범을 내면서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쇼케이스를 열자, 현장에 수백명의 일본팬이 몰렸다.

◇꺼져가던 일본 내 한류 재점화

"노래와 춤, 미모까지 모든 면에서 완성도가 높은 것 같아요."

최근 도쿄 시부야역 앞 광장에서 만난 이치카와 유리(18)양은 "트와이스의 압도적 실력에 반했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 2명과 함께 트와이스의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췄다. 이들은 "요즘 도쿄의 댄스팀이 가장 많이 추는 게 트와이스의 노래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4일부터는 일본에서 옥외광고비가 가장 비싼 쇼핑몰 '시부야109'에 대형 트와이스 사진이 걸렸다. '핼러윈'을 맞아 이 쇼핑몰에서 트와이스를 모델로 내세워 판촉에 나선 것이다. 시부야역 인근에는 차체 전면에 트와이스 광고를 부착한 버스가 계속 운행했다.

일본에서 지난 2년간 트와이스 관련 영상의 유튜브 조회 수는 약 3억8600만회에 달했다. 트와이스가 자주 입는 테니스 치마를 입는 것이 일본 10~20대 여성 사이에서 '한국풍'으로 통하며 유행 중이다. 지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에 방문한 것에 일본 방송사들이 항의하면서 한국 연예인 출연을 거부한 뒤 급격히 얼어붙은 일본 내 한류가 트와이스를 중심으로 부활하는 모양새다.

◇'현지화(化)' 전략의 성공

트와이스의 성공은 '현지화'와 일본 젊은 층의 소셜미디어 사용 덕분에 가능했다. 9명의 멤버 중 3명(미나·사나·모모)이 일본인이란 점이 닫혀 있던 문을 열었다. 5년간 한국 가수에 문을 걸어 잠갔던 후지TV 등 일본 대형방송사들이 트와이스의 출연을 허용했다. 몇몇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선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해 그들의 연습생 시절부터 조명하며 '어릴 때 타국으로 건너가 고생 끝에 성공한 소녀들'이란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음반 판매와 공연 위주로 짜인 일본 음악 시장에 소셜미디어가 부상하고 있는 것도 트와이스의 성공을 도왔다. 일본은 이미 1980년대부터 아이돌 산업이 형성됐고, 지금도 'AKB48' 등 대형 걸그룹이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K팝 역시 이런 일본 시장을 모방하면서 성장했기 때문에 일본 음악팬 입장에서는 한국의 아이돌 가수가 친숙하게 느껴진다. 유튜브를 보는 일본 10~20대가 늘어나면서 영상에 최적화된 K팝 소비도 늘기 시작했다. 2016년 초 대만인 멤버 '쯔위'가 TV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가 중국에서 반발을 샀던 일이 일본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일본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타고 트와이스에 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일본 공식 데뷔 전인 올해 초부터 각종 트와이스 관련 영상 조회 수가 일 평균 100만회 가까이 올랐고, 데뷔 후에는 배로 늘었다. 일본의 아이돌 가수보다 난이도 높은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안정된 라이브 실력을 보여준 것 역시 일본 음악팬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하나금융투자 이기훈 연구원은 "내년부터는 일본 대형 공연장 투어, 빠르면 2019년에는 일본 공연의 정점인 돔(공연장)투어가 가능할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