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전기車에서 미래 먹거리 찾는다

10월 31일 인천 송도 포스코 글로벌 R&D센터에 국내외 전기차 소재 회사의 임직원 380명이 모였다. 포스코그룹의 '글로벌 전기차 소재 포럼 2017'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포스코가 전기차 소재 포럼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 포스코 측은 "현재까지 구축된 각 계열사의 전기차 관련 사업을 점검하고 시너지효과(상승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고객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철강업계에서는 "'전기차 시대를 선점하겠다'는 포스코그룹의 야심을 보여주는 행사"라며 "단순한 철강 회사가 아니라 미래차로 각광받고 있는 전기차에 필요한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종합 소재 기업이 되려는 포스코의 경영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더 가볍고 튼튼한 전기차 소재 만들어라"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가벼운 차체(車體)를 만드는 것이다. 차량이 가벼워지면 가벼워질수록 적은 연료로 먼 거리를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차량은 사람의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에 가벼우면서도 튼튼해야 한다. 포스코가 최근 개발·생산한 '기가스틸'은 이러한 자동차 경량화(輕量化) 추세를 겨냥해 만든 제품이다. 1㎟ 면적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차세대 강판이다. 외부 충격을 잘 흡수하고 버티는 힘을 나타내는 인장강도가 980MPa(1기가파스칼) 이상이어서 '기가스틸'이라 이름 붙였다. 광양제철소의 이규영 팀장은 "기가스틸은 보통의 자동차 강판 3개를 합친 것과 비슷한 강도이기 때문에 더 안전하면서도 가벼워 연비가 뛰어난 자동차 제작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가로 10㎝, 세로 15㎝ 손바닥만 한 크기에 준중형차 1500대 무게를 가해도 끄떡없이 견딜 수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철강보다 가벼운 알루미늄이 새로운 자동차 소재로 많이 언급되는데, 철강은 알루미늄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며 "여기에 강도가 3배 이상 강한 '기가스틸'이면 전기차 경량화 시대를 열어가는 핵심 자동차 강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차체를 만들 때 알루미늄은 기가스틸 대비 소재비는 3.5배, 가공 비용은 2.1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대우는 포스코가 생산 중인 최고급 무방향성 전기강판 '하이퍼 엔오(Hyper NO)'를 소재로 전기차용 고효율 구동모터 코아를 제작해 주요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효율이 높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 소재다. 포스코는 올 2월 '하이퍼 엔오' 생산 공장을 연간 16만t 규모로 증설했다. 전기차 약 26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양극재·음극재 전기차 배터리 핵심 부품도 생산

포스코그룹은 전기차 차체뿐 아니라 핵심 부품인 배터리 분야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 2월 전남 포스코광양제철소에서 연간 2500t의 탄산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리튬 생산 공장(PosLX·포스엘엑스)을 만들었다. 탄산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소재. 2500t은 약 10만개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포스코 측은 "그동안 국내 리튬 공급사가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국내 2차전지 제작 업체들이 포스코의 리튬 생산으로 원료 수급에 숨통을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ESM은 양극재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인 리튬이온전지는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등으로 구성돼 있다. 양극재는 리튬을 기본 원료로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을 섞어 제조한다. 통상 니켈 함량이 60% 이상인 경우 고용량 양극재로 분류한다. 포스코ESM은 "현재까지 니켈 80% 이상 고용량 양극재(NCM 방식) 양산이 가능한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를 포함해 두 곳뿐"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켐텍은 현재 8000t 규모의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 투자를 통해 총 3만t 생산 체제를 구축해 2000억원 매출 규모의 글로벌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인프라 분야에서는 포스코ICT가 국내 최대 민간사업자다. 2014년부터 이마트 전국 100여개 매장을 비롯해 호텔, 영화관, 아웃렛 등 주요 거점에 공용 충전기 500개소와 가정용 충전기 4000여개 등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