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는 재미에 700만이 낚였다

낚시가 '국민 취미'가 됐다. 최근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 설문 결과, 취미로 낚시(40％)를 꼽은 사람이 등산(34％)을 제쳤다. 해양수산부는 낚시 인구가 700만명을 넘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낚싯배 운항 자격증을 따겠다는 사람이 몰리고, 관련 용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2일 경기 시흥시에 있는 조종 면허 교육기관 '보트하우스'. 소형 선박(5마력 이상·5t 미만)을 몰기 위해 필요한 동력수상레저기구 2급 면허를 딸 수 있는 곳이다. 한 교육생이 8인승 보트 운전석에 앉았다. 바로 옆에 앉은 강사의 지시에 따라 시동을 걸었다. 부표에 줄을 연결해 만든 항로를 따라 운항하며 핸들 조작과 속도 조절법을 배운다. "직진" "선회" "변침(방향 바꾸기)" 등 강사의 말에 따라 핸들을 돌렸다. 중간에 줄을 건드리는 바람에 줄과 선체가 엉켰다.

주말반 정원은 36명. 이날 결원은 한 명도 없었다. 연령대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주꾸미 낚시를 즐긴다는 장인수(58)씨는 "낚싯배를 빌리면 선장이 가자고 하는 곳에 가야 한다. 면허를 따면 배를 직접 몰고 가족과 함께 원하는 곳에서 낚시를 즐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면허를 따려면 수강료 84만원을 내고 36시간 수업을 이수해야 한다. 올해 3월 문을 연 이곳에서 900여명이 교육받고 선박 면허를 취득했다. 2012년만 해도 이런 교육기관은 전국에 11곳이었다. 지금은 67곳이나 된다.

◇선박 면허 붐… 관련 용품 거래 활발

지난 22일 오후 5시쯤 경기 안산시 방아머리항 부근. 여객터미널에서 시화방조제 동쪽 끝을 잇는 도로를 차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평소 10분 정도면 가는 거리지만 주말 저녁이면 한 시간씩 걸린다. 방조제 선착장 부근에서 낚시를 끝낸 차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시화나래휴게소 옆 해안 갯바위에는 사람들이 1~2m 간격으로 300~400m에 걸쳐 앉아 있었다. 김기선(47)씨는 "고등어와 삼치가 몰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고 했다. 낚싯줄을 드리운 배들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 10여척 됐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낚시 어선 이용객은 2014년 246만명에서 지난해 342만명으로 39％ 증가했다.

낚시 인구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시장 조사 업체 컨슈머인사이트 김민화 책임연구원은 "장년층 위주로 불었던 등산 열풍이 다소 가라앉고, 낚시가 TV 등 대중 매체에 자주 등장하며 30·40대에서 인기를 얻었다"고 했다. 김형곤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장은 "사람들이 다른 씀씀이를 줄이는 대신 여가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고가 장비가 필요한 낚시 인구가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배 낚시 인기가 이어지자 '소형 선박을 직접 몰고 바다로 가겠다'는 이들이 선박 조종 면허시험에 도전한다. 면허를 딴 이들이 작년 1만5321명, 올해 들어선 8월까지 1만2240명이나 된다. 낚시 동호회를 중심으로 배를 직접 사는 경우가 많아 중고 선박 거래가 활발하다. 한 중고 선박 매매 사이트에는 취미용으로 적합한 소형 낚시 보트 매물이 하루에 10여개씩 꾸준히 올라온다. 가격대는 1000만원대부터 5000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한 달에 7~8척이 거래된다고 한다.

◇중장년뿐 아니라 전 연령층이 즐겨

낚시를 즐기는 연령층이 다양해졌다. 그동안 낚시는 중장년층 남성의 전유물처럼 생각됐다. 요즘 낚시터나 선착장 등에 가면 예전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볼 수 있다. 낚싯대 뒤편에는 낚시하지 않는 아이들이 누워 쉴 수 있게 쳐놓은 텐트들이 많다.

낚시터들은 가족 단위 손님을 겨냥해 여성과 아이들에게 요금을 할인해주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각종 이벤트를 연다. 선착장 주변에는 낚시 장비를 빌려주는 가게가 성업 중이다. 남편과 함께 낚시하러 온 정은주(33)씨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낚시하는 모습을 보고 관심이 생겨 남편에게 제안했다"며 "새끼손가락만 한 게 한 마리밖에 못 잡았지만, 바닷바람을 쐬니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는 "옛날엔 '남편이 낚시에 빠져 이혼을 생각한다'는 아내들이 많았는데, 이제 부부가 함께 즐기는 레저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