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03 15:05

대중 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뒤따라야 하지만, 그중에서 주인공의 역할이 중요하다.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남다른 노력과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한 편의 드라마라 이르는 인생도 마찬가지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 순발력 있는 연기를 위해서는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세상일은 점치기가 쉽지 않다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부가 함께 살다 어느 한 쪽이 혼자가 된다면 생활은 어떻게 될까? 은퇴를 한 사람들은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고 주변에서 그런 상황을 겪는 사람들을 종종 보고 있어서다.

사진=조선일보DB

필자의 한 친구는 얼마 전에 38세 치과의사인 사위를 하룻밤 사이에 잃었다. 심장에 갑작스러운 이상이 생겨서 잠든 사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어제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던 이웃 아저씨가 저세상으로 떠났다. 술과 담배는 오래전부터 멀리하고 시골에서 정성 들여 가꾼 먹거리만 챙겨 먹던 부산에 사는 친구도 인사 한마디 없이 떠났다. 같은 업종의 관련자들과 모임을 마치고 혼자서 승용차를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오던 친구는 한적한 시골 길에서 심근경색으로 밤하늘의 잔별들만이 지켜보는 가운데 외롭게 떠났다. 미혼의 두 아들과 60 초반의 고운 부인을 두고서 말이다.

영원히 살 것 같았던 건강한 남편이 세상을 하직하여 홀로 된 부인들이 주변에 많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부부가 살아오면서 남편은 부인에게, 부인은 남편에게 의지하며 산다. 지금은 많이 달라지고 있긴 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일과 집안 살림살이는 부인의 몫이다. 바깥의 일들은 대부분 남편의 일이다. 그런 생활을 유지하다가 남편이나 안사람 중 어느 한 쪽이 사고나 질병 등으로 그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그 상대는 한동안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므로 혼자되었을 때를 상상하여 보아야 한다.

내가 이 세상을 안사람보다 먼저 가게 되면 여생을 잘 보낼 수 있도록 그 환경을 미리 만들어 놓아야 한다. 경제적 여건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경제적 측면에서의 여건 조성이 더 중요하다. 아내 또는 남편을 위하여 스스로 모든 것을 도맡아 하는 것도 결국은 좋은 일만은 아니다. 혼자 남게 되었을 때 자생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미리미리 혼자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놓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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