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선 뚫은 코스닥… "내년 850도 가능"

지난 3일 코스닥지수가 작년 8월 12일 이후 1년 3개월 만에 700선을 돌파하며 코스닥을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코스닥은 코스피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며 연초 이후 26.2% 오르는 동안 코스닥은 11.0%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달 이후만 놓고 보면 코스닥 상승률(7.4%)이 코스피 상승률(6.8%)을 웃돈다.

보통 10월 이후는 기관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 코스닥이 하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지난달 기관투자자가 64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하지만 올해 10월엔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가 각각 약 4900억원, 2200억원씩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하며 10월 한 달 수익률이 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스닥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돼 시장 전반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아진 데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로 냉각됐던 한·중 관계가 개선되면서 제약·바이오, 엔터테인먼트, 음식료 등 그간 침체돼 있던 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다. 특히 최근 들어 정부의 중견·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어 향후 코스닥시장을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낙관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정부 정책 지원, 연기금 투자 확대… 일각선 "내년 850선도 가능"

코스닥시장의 약 90%는 개인 투자자가 차지한다. 개인은 올 4월을 제외하곤 매달 코스닥 종목 매수에 나섰다. 다만 올해 눈에 띄는 점은 외국인 매수세다. 작년 한 해 코스닥엔 외국인 투자금이 1조200억원가량 순유입됐는데, 올 들어 현재까지 들어온 금액만 2조800억원으로 작년의 두 배가 넘는다. 외국인 보유 비중은 2015년 말 9.9%에서 현재 12%대로 올라왔다.

외국인이 매수에 나섰단 얘기는 코스닥 기업의 수익 등 기초 여건이 좋아졌다는 근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3% 증가했다.

최근엔 주도 업종이 바뀌어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9월까지 반도체·IT(정보기술) 업종 등이 코스닥을 이끌었다면 지난달부턴 한·중 관계가 회복 조짐을 보이며 엔터·음식료·제약 바이오 업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내년 코스닥 기업 영업이익은 30% 이상의 성장률이 예상되고, IT 대형주 실적이 중소형주 실적으로 번지는 '낙수(落水) 효과'와 중국 관련 소비주의 약진이 지수에 힘을 보탤 것이란 얘기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닥 상승세가 본격화되는 내년엔 16년 만의 850선 돌파도 가능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특히 눈여겨보는 것은 4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중견·중소기업 육성책이다.

지난 2일 정부는 앞으로 3년간 30조원을 기술 혁신형 창업 기업을 육성하는 데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 달엔 '코스닥시장 중심의 자본시장 혁신 방안'도 공개한다. 특히 대형주 위주로 투자해온 국민연금 등 연기금들이 정부 정책에 따라 코스닥 투자를 늘릴 것이 확실시된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3일 취임사에서 "코스닥시장을 모험자본 조달의 산실로 만들겠다"며 코스닥 집중 육성 계획을 밝혔다.

◇셀트리온 이탈, 제약 바이오·IT 쏠림은 걸림돌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우선 코스닥지수를 좌지우지하는 시총 1위 셀트리온이 내년 2월쯤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한다. 대형주 장세가 여전한 가운데 지난 7월 코스피로 옮겨간 카카오에 이어 하반기 코스닥 상승을 주도했던 셀트리온마저 이탈하면 코스닥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셀트리온과 신라젠 등 시총 상위주를 중심으로 공매도가 늘고 있고, 연말로 갈수록 대주주 지정 요건을 피하기 위한 매도 물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특정 업종으로의 쏠림도 문제다.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7개가 제약·바이오 기업이다. 코스닥 시장 내 IT 관련 업종 비중도 약 3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코스닥에서 연초 이후 주가가 오른 종목이 약 3분의 1밖에 안 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나타났다. 만약 내년 이후 이 업종들의 경기가 타격을 받을 경우, 코스닥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코스피 종목 못지않게 오른 중소형 성장주보다는 실적 성장세 대비 가치가 저평가돼 여전히 가격이 싼 중소형 가치주를 주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