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기 편한 갈비찜·떡국… '어르신 식품' 뜬다

급식업체 아워홈은 최근 효소(酵素)를 활용해 음식을 부드럽게 만드는 음식물 연화 기술을 국내에서 처음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치아가 약하면 먹기 부담스러운 육류·떡류·견과류를 부드럽게 만드는 기술이다. 고기는 단백질 분해 효소인 프로테아제(Protease)를 활용해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 떡과 견과류는 아밀라아제(Amylase) 효소와 당분을 활용해 단단함을 절반으로 줄였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달 국내 최초로 '포화증기 연화식 조리' 기술을 개발하고, 연화식 전문 브랜드 '그리팅 소프트(Greating Soft)'를 출시했다. 포화증기 조리란 고압·고열로 조리를 해 식재료의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음식을 훨씬 부드럽게 조리하는 기법이다. 현대그린푸드 측은 "고령 소비자가 씹고 삼키기 편하도록 부드러우면서도 미각·시각적 측면에서 품질은 뒤처지지 않는 식품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노인을 위한 음식, '실버푸드' 시장이 활짝 열리고 있다. 노인 인구 급증에 맞춰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고령자를 위한 식품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버푸드용 식자재를 노인 관련 시설에 공급하는 서비스를 실시하는 식품업체도 늘고 있다. 풀무원의 식자재 유통 기업인 푸드머스는 지난 5월 실버케어 업체와 협약을 맺고 노인 시설에 식자재를 공급하기로 했다. CJ프레시웨이는 '영양 공급과 면역력 증강'을 내세운 실버 식자재 브랜드 '헬씨누리'를 운영하고 있다.

◇육류가 고령층 선호 식품 1위지만, 실제 구매 음식 순위선 7위

통계청의 '2016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작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677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 가운데 13.6%에 달하며 처음 유소년 인구(0~15세·677만명)를 추월했다. 총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를 넘으면 고령사회로 분류된다. 한국은 2018년 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한국은 일본·유럽 등에 비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그동안 '환자식' 제품은 출시되고 있었지만 실버푸드 산업은 걸음마 단계였다. 환자식은 환자 치료를 위해 원활한 영양 공급을 하는 것이 목적으로, 주로 죽과 같은 유동식(流動食) 제품이 일반적이다. 반면 실버푸드는 식사의 즐거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먹기 편하도록 한 점에서 차이가 난다. 실제 아워홈이 지난해 경기도 성남·동두천의 65세 이상 고령자 1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식품은 육류(16.1%)였지만, 자주 먹는 음식 순위에선 7위(8.3%)에 그쳤다. "먹고는 싶지만, 소화가 잘 안 되고 씹기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노인 급식부터 실버푸드 배달 서비스까지 실버푸드 다각화

우리보다 앞서 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 식품업체는 실버푸드를 넘어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고령 소비자의 집으로 원하는 음식을 배달해주는 '가이고(介護) 도시락 서비스'도 하고 있다. 일본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532억엔(약 5200억원) 규모이던 실버푸드 배달 서비스는 2015년 1000억엔(약 9800억원) 규모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메이지(明治), 큐피 등 주요 식품업체는 실버푸드 제품을 씹고 삼키기 용이한 정도에 따라 4단계로 분류·표기해 고령 소비자들이 자신에 맞는 제품을 쉽게 고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령 소비자층은 지속적으로 늘었지만, 실버푸드에 대한 개념이 낯선 데다 스스로 나이 듦을 인정하는 것에 거부감이 컸다"면서 "향후 한국에서도 실버푸드가 하나의 기능식으로 자리 잡으면 일본처럼 제품화된 음식 시장, 배달 서비스 등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