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테이블로 상품 정보 한눈에… 無人매장도 등장

서울 서초동에 있는 생활용품 전문점 올리브영 매장에는 '스마트 테이블'이 있다. 맘에 드는 화장품을 골라 가로 192.5㎝ 세로 99.5㎝ 크기의 스마트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탁자 상판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에 가격과 제품 정보가 상세하게 표시된다. 그 옆에는 애플의 아이패드가 거울처럼 설치돼 가상 메이크업을 할 수 있디. 카메라에 얼굴을 비추고 화면에서 립스틱이나 기초 화장품을 선택하면 화장한 가상 얼굴 모습이 나온다. 매장 2층에는 '스마트 미러'가 배치돼 있다. 거울 앞에 서서 카메라 촬영으로 피부 나이를 측정할 수 있고, 거울 안에 설치된 반투명 디스플레이를 통해 피부 상태에 따른 적합한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올리브영·롯데백화점·GS리테일 등 유통업계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 쇼핑'이 확산되고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지난 9월 문을 연 ICT 강남 시범 매장은 개점 한 달 만에 방문객 5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ICT 기술을 보유한 통신업체들은 이 분야를 신성장 분야로 삼고 유통업계와 협업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스마트 쇼핑에 빠진 유통업계

'스마트 쇼핑' 매장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주도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 시애틀에서 계산대와 계산원이 없는 세계 첫 무인(無人) 매장 '아마존고'를 직원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매장에 들어와 앱(응용 프로그램)을 켠 뒤 상품을 바구니에 담고 나오면 자동 계산이 된다. 아마존은 올해 말까지 아마존고 일반 매장을 영국 런던에 열고, 미국에도 아마존고 매장을 20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업체들도 속속 ICT 기술을 쇼핑에 도입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0월 분당점에 이어 지난 7월 서울 노원점에 '스마트 쇼퍼(smart shopper)'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은 장바구니·카트 없이 바코드 스캐너 기능이 있는 단말기를 들고 식품 매장을 둘러보며 구매하려는 상품의 바코드를 찍으면 된다. 디지털 장바구니에 입력된 물건 목록을 결제하면 원하는 날짜와 장소에 상품이 배송된다. 매장에 설치된 '스마트 라커(locker)'는 고객이 구매한 식품을 일시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라커 내부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 냉동·냉장 보관이 가능하다. 라커에 달린 터치 스크린에 동작 인지 센서가 달려서 고객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비밀번호 입력 화면이 나온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스마트 쇼퍼'를 도입한 분당점의 경우 신규 고객이 작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5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직원용 무인 편의점을 시범 운영한 데 이어 이달부터 일반 고객에게 개방했다.

◇통신업체들, 유통업체와 협업 활발

스마트 쇼핑 열풍에 통신업체들도 유통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롯데백화점의 스마트 쇼퍼 시스템을 공급했다. 바코드를 읽는 단말기에 근거리 무선 통신(NFC) 기능을 적용했다. 또 편의점 CU에서는 AI(인공지능) 비서 '누구'가 고객들의 문의 사항에 응대하는 서비스를 내년 상반기 전 점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9월엔 가방 업체 쌤소나이트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부산 본점에 46인치 터치 화면을 활용한 '트래블 플래너'를 설치했다. 고객들이 화면에 여행 인원과 기간, 예산을 입력하면 쌤소나이트가 보유한 여행 빅데이터를 이용해 여행지를 추천해주고 여행 날씨와 관광 상품을 개인 이메일로 보낸다.

 

KT는 GS리테일과 업무 협약을 맺고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전국 1만2000곳의 편의점·마트에 간편 결제 서비스와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한 고객 정보, 유동 인구 데이터 분석을 제공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부터 일본 소프트뱅크로보틱스가 개발한 로봇 페퍼를 경기도 분당 서현점에 배치해 고객 안내 업무를 맡게 했다. 페퍼는 우리은행·교보문고·가천대길병원·롯데백화점 일부 매장에서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 김영주 상무는 "유통 매장이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고객들이 머무르면서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ICT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다양한 유통 매장에 적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