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빅3'가 부활했다

2015년 이후 국제 유가·원자재 가격 하락과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고전하던 국내 종합상사들이 불황에서 벗어나 재도약하고 있다. SK네트웍스, LG상사, 포스코대우 등 국내 종합상사 '빅3'가 올 3분기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놓았다. 그동안의 사업 다각화 성과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단순 트레이딩 사업을 넘어 새롭게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선 공통되지만 회사마다 서로 다른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종합 렌털 회사로 변신 중인 SK네트웍스

종합상사 가운데 가장 눈에 띄게 변신하는 곳은 SK네트웍스다. 그동안 SK네트웍스 매출의 양대 축은 SK텔레콤으로부터 휴대폰 물량을 받아 대리점에 납품하거나 SK에너지로부터 기름을 매입해 전국 가맹점(2200여 곳)에 파는 유류 도매업 등 트레이딩 사업 위주였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작년부터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작년 패션과 워커힐 면세점 사업을 정리했고, 올해는 LPG 충전소와 주유소 도매 사업을 매각했다. 대신 작년 11월 가스레인지·오븐·정수기·비데 등 주방 생활가전 제조업체인 동양매직(SK매직)을 6100억원에 사들였다. 기존 렌터카 사업에 생활가전 부문까지 합쳐져 종합 렌털 회사로 변신 중이다.

사업 재편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1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매출은 작년보다 28%, 영업이익은 33% 증가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 재편이 마무리되면서 미래 성장의 축으로 삼는 자동차와 홈케어 렌털 사업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LG상사, 석탄 개발 뚝심이 실적으로

LG상사는 3분기 65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작년(216억원)보다 3배 급증한 것이다.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1857억원으로 작년 한 해 영업이익(1741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미운 오리 새끼'였던 석탄 등 자원 개발 공이 컸다. 회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감(GAM) 석탄 광산의 상업생산과 오만 8광구 원유 선적, 팜 생산량이 증가한 덕분"이라며 "오랜 시간에 걸친 자원 개발이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올 초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들어간 감 석탄 광산은 LG상사가 운영권과 생산물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가지고 있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석탄 가격 상승과 감 광산의 생산 능력이 확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원 개발의 실적 기여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종합사업회사'로 도약 중인 포스코대우

포스코대우는 '종합사업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철강 트레이딩과 자원 개발 2개의 핵심 사업과 식량·민자발전·자동차 부품 등 3개 전략 사업에 집중한다는 것.

자원 개발 분야에서 2013년부터 생산이 시작된 미얀마 가스전은 포스코대우의 '캐시카우(현금 창출)' 역할을 하고 있다. 미얀마를 넘어 자원 개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지난달엔 캐나다의 타이트오일·가스(셰일가스가 매장된 퇴적암층에서 시추하는 원유·가스) 개발업체를 인수했고, 구리·금 광산인 콰니카(Kwanika) 광산 개발도 추진 중이다.

포스코대우는 식량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월 미얀마 정부로부터 미곡종합처리장 투자 승인을 받았고, 우크라이나에 곡물 터미널 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에는 기업회의·관광·컨벤션·전시 등 '마이스(MICE)' 사업 진출도 선언했다. 포스코대우 관계자는 "식량 사업은 단순 트레이딩을 넘어 재배·가공·저장·판매까지 단계별 밸류 체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종합상사 1호인 삼성물산은 상사 부문에서 3분기 3조1950억원, 영업이익 4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6%, 영업이익은 254% 증가했다. 경영 체질 개선 및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철강·화학 등 트레이딩 물량 증가가 실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캐나다 온타리오 풍력·태양광 발전 사업 등 플랜트·인프라 프로젝트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