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극장가, 단풍빛 멜로에 물들다

연인에게 손편지를 쓴다. 시를 쓰기도 한다. 간절한 노래를 부르는 이도 있다. 가을은 마법의 계절. 극장가도 단풍빛 사랑 이야기, '멜로'의 마법에 빠진다. 깊어지는 가을, 개봉·재개봉하는 멜로 영화가 어림잡아 10여 편이다.

◇멜로의 정석 '러브 앤 아트'·'빛나는'

9일 개봉한 '러브 앤 아트'는 지적인 관객을 위한 멜로다. 나이 들수록 우아해지는 클라이브 오언(53)과 쥘리에트 비노슈(52) 주연작. 각각 퇴락한 시인 출신의 문학 교사 남자와, 병 때문에 그림 그리기가 어려워진 유명 화가 출신의 미술 여교사를 연기한다. 두 배우가 한 프레임 안에서 알콩달콩한 것만으로 기대는 급상승. 원제가 '말과 그림(Words and Pictures)'인데, 이들이 두 예술 장르 중 어느 쪽이 우월한가를 놓고 학생들과 함께 벌이는 귀여운 '전쟁'이 기둥 줄거리다. 고전 명구(名句)를 인용한 현란한 대화와 매혹적인 이미지가 단정한 연기에 실려 흐른다.

좀 더 진지한 멜로를 원한다면 오는 23일 개봉하는 가와세 나오미(48) 감독의 '빛나는'이 있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상영 때마다 만석일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시력을 잃게 된 유명 사진작가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영화 음성 해설을 쓰는 여성이 만나고, 미워하고,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따뜻하고 희망적이어서 더 매력적이다. 특히 가와세 감독만의 영상미는 어떤 경지에 오른 듯하다. 영화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꿀에 빠뜨렸다 꺼낸 것 같은 화면"이라고 상찬했다.

◇믿고 보는 감독과 배우들

취향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조셉 고든 레빗(36)을 영화팬들에게 각인시킨 영화 '500일의 썸머'를 기억한다면, 그 영화를 만든 마크 웹(43) 감독의 신작 '리빙 보이 인 뉴욕'도 반가울 것이다. 전작만큼 신선하다 하긴 어렵지만, 제프 브리지스(68), 피어스 브로스넌(64), 케이트 베킨세일(44) 등 A급 배우들이 믿음직스럽다. 사이먼 앤 가펑클, 밥 딜런, 루 리드 등의 명곡을 듣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젊은 사랑 이야기라면 니컬러스 홀트(28) 주연작 '뉴니스'도 있다. 홀트는 '매드맥스'의 순정남 악당 역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이퀄스' '웜 바디스' 등 색다른 멜로에도 자주 출연했다. 사랑과 연애의 관습에 관한 도발적 질문을 담고 있어, 취향에 따라 호오는 갈릴 듯하다.

◇재개봉 멜로 영화도 풍성

제목만 들어도 그리운 영화들의 재개봉도 이어진다. 지난 1일 존 카니 감독의 음악 영화 '원스'(2007)가 재개봉한 데 이어, 16일에는 휴 그랜트와 드루 배리모어의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2007), 브래드 피트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가 다시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리프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센티미터'(2007) 등이 최근 재개봉했고, 우리 관객이 편애했던 멜로 '이프 온리'(2004)는 23일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 롯데시네마는 지난 2일부터 '번지점프를 하다'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건축학개론' '남자가 사랑할 때' '뷰티 인사이드' 등을 상영하는 '한국 로맨스 영화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